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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경쟁력 높이는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의 힘

상전벽해라는 말이 있다. 한국 산업계가 처한 변화의 물결은 마치 푸른 바다로 변한 뽕나무 밭에 비견될 만하다. 비단 전반적인 산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금형 업계만 하더라도 선진국의 기술 고도화와 후진국의 위협적인 성장 사이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무엇일까? 

금형은 한국 산업의 자존심이다. 제조업 발전에 따라 성장해 온 금형 산업은 2018년을 기준으로 세계 5위의 금형 생산국이자 세계 2위의 수출국이다. 지난해에만 국내에서 생산된 총 금형의 35%가 미국, 일 본, 독일과 같은 기술 선진국을 비롯해 120여 개국으로 수출됐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수출 규모다. 금형 산업이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던 것은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데 있다. 반도체나 모터 코어에 적용되는 초정밀 금형 기술이 개발된 1990년대를 거슬러 보면, 설계 자동화를 위해 CAD/CAM/CAE 가 도입된 시점과 맥을 같이 한다. 본격적으로 금형 선진국에 진입했 다고 분류되는 2000년대는 성형 해석 프로그램의 보급이 확대된 시점과 같다.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의 활용이 나노패턴 금형, 마이크로 금형, Speed 금형 등 정밀하고 수명이 긴 금형 제작의 기반이 된 셈이다.

그럼에도 한국 금형산업은 여전히 전통적인 생산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창의엔지니어링센터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제 조기업의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활용률은 8.2%에 불과하다. 55.8% 가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미국 제조기업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를 통한 제품 설계, 해석이 제조 혁신에 있어 중요한 키워드가 되어가고 있는 상황임을 인지해야 한다는 자조적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엔지니어링 S/W 필요한 이유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는 가상 공간에서 제품을 만들고, 구동해 성능을 사전에 검증하고 예측한다. 시험 조건을 가상에서 구현하다 보니 설계, 품질 최적화를 위해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한다. 불량과 원자재 사용량까지 줄일 수 있어 개발 성능까지 끌어 올릴 수 있다. 원가 절감,  기간 단축, 불량 감소라는 이점이 생산성 향상으로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하지만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과 전문 인력의 부족으로 국내 제조기업에서의 활용은 여전히 저조한 편이다.

물론 인식 변화, 저변 확대를 위한 큰 움직임도 있다. 2014년부터 한국 생산기술연구원 창의엔지니어링센터는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활용 한 제품 개발 지원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금형, 사출성형, 소성가공, 주조 등 9개 분야의 해석 솔루션을 개발한 국내 소프트웨어사 10곳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해 수요자의 실제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180여 개 기업이 컨설팅을 받았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창의엔지니어링센터 김정인 팀장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창의엔지니어링센터 김정인 팀장

“제품 출시 속도가 빨라지면서 시뮬레이션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시뮬레이션으로 검증하지 못하면 납기와 품질 등에서 문제가 생기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제조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 혁신의 일환에서 해석 프로그램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창의엔지니어링센터 김정인 팀장은 이렇게 말하며 “컨설팅 이후 참여 기업들은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또한 “금형산업은 정확도가 높은 내부 형상을 빨리 만드는 게 경쟁력의 관건인 만큼 해석 소프트웨어를 통해 정확한 금형을 실수없이 만들면 비용 절감 효과도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석 S/W로 단납기 실현

금형 해석이 중요한 건 금형 속성과 관련이 있다. 금형은 성형 과정에서야 제품의 품질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사출성형의 경우 온도 및 압 력 변화에 따라 수축이 과도하게 발생한다. 이는 치수 안정성 확보를 어렵게한다. 그렇다 보니 제품 불량 원인 규명과 솔루션 확보가 쉽지 않다. 제품 디자인, 원재료 선정, 금형 설계, 사출 성형기 제어 조건 등 생산 과정에서 제품 불량을 제거하기 위한 작업도 반복해야 한다.

사출성형 해석 솔루션 기업인 브이엠테크 표병기 이사는 “과거에는 개발 단계의 역순으로 불량 제거를 위한 과정이 진행됐다. 하지만 사출성형 해석 소프트웨어를 통하면 각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제거할 수 있다. 금형은 납기 단축, 원가 절감이 쉽지 않지만 해석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고품질의 제품을 빠르게 생산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브이엠테크 표병기 이사
브이엠테크 표병기 이사

실제로 사출성형 해석 소프트웨어를 통해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드럼 세탁기의 핵심 부품인 터브 등의 개발 비용과 기간을 줄인 케이스도  있다. 국내 금형산업 실정에 맞게 개발된 해석 솔루션인 MAPS-3D 를 적용해 만든 사례다. 터브의 경우 원청 업체의 우수 금형 개선 사례로  선정돼 해석을 통한 금형 개발이 진행되기도 했다.

브이엠테크의 MAPS-3D는 국내에서 유일한 사출성형 전용 솔루션이다. 3차원 캐드 데이터를 이용해 실제 금형 내에서 이뤄지는 공정 현상을 분석한다. 이를 토대로 설계 검토, 성형성, 양산성, 치수 안정성 등을 예측할 수 있다. 사전 예측으로 현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행 착오를 최소화해 납기 단축을 실현한다. 표병기 이사는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의 경우 제품 개발까지 2개월이 소요되던 걸 1개월로 단축했고, 터브의 경우 1개 제품 당 100초 이상 걸렸던 시간을 60초 이내에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단납기 실현은 브이엠테크의 기술력이 더해져 가능했다. 브이엠테크는 세계 최초로 냉각해석 계산 알고리즘인 FMM(Fast Multipole Method)을 솔루션에 적용했다. 냉각해석에 쓰이던 BEM(Boundary Element Method)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대형 제품의 경우 BEM에 비해 10~20배 이상 계산 속도가 빠르다.

브이엠테크 표병기 이사는 “MAPS-3D의 개발 목표는 중소기업의 하드웨어 환경에서도 신속하고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소프트웨어를 구성하는 Pre-processor, Post processor, Solver 등을 자체 개발해 사용자의 요구사항을 신속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브이엠테크는 자체적으로 사출성형 해석에 필요한 재료 물성을 측정하고 DB를 구축하고 있다”며 “물성 측정 실험을 통해 해석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수지의 열안정성, 성형성과 같은 항목을 평가해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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