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미분류 / 제조업, AR과 만나다

제조업, AR과 만나다

변칙적이면서 전혀 다른 분야와 융합하는 방식으로 기술 발전의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 위주로 발전하던 증강현실 기술(이하 AR)은 제조 현장에 접목되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새로운 산업용 아이템으로 주목받는 산업용 AR 기술에 대해 살펴봤다.

AR은 현실에 기반해 정보를 추가로 제공하는 기술을 말한다. VR이 가상으로 주변 배경, 객체 등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과 달리 AR은 현실이 주가 된다. 이러한 특성을 인지한 글로벌 기업들은 생산 공정에 AR을 적용할 수 있도록 산업용 AR(Industrial AR) 개발에 주력해왔다.

AR 기술의 상용화는 글래스 형태를 통해 시작했다. AR 글래스의 대표격인 구글은 2017년 자회사 알파벳을 통해 기업용 안경 단말기인 글래스 엔터프라이즈 에디션을 발표했다. 2012년 출시된 구글 AR 글래스를 기업용으로 업데이트 한 것으로 GE, 폭스바겐, 보잉 등 50여 개 업체의 작업 라인에서 테스트를 거쳤다. 도요타, 혼다 등 자동차 업계는 캐논이 2013년 개발한 AR 글래스 엠리얼 HM-A1을 채택해 쓰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2016년 3월 개발자용 AR 글래스인 홀로렌즈 판매를 시작했다. 록히드 마틴, 보잉 등이 실제 홀로렌즈를 작업에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AR 글래스 기술 혁신은 더욱 가속화됐다. 인텔은 일반 안경과 거의 다를 바 없는 두께의 AR 글래스인 반트를 출시했다. 무겁고 투박한 기존 AR 글래스에 비해 가벼워진 게 특징이다. 스타트업 기업 리얼웨어는 산업용 안전모에 장착이 가능한 AR 글래스인 HMT 시리즈를 내놓으며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의 전세계 AR, VR 시장 전망(출처_Markets and Markets 2016)
2013년부터 2022년까지의 전세계 AR, VR 시장 전망(출처_Markets and Markets 2016)

현실 세계를 바탕으로 정보를 시각화 한다는 AR 개발 목표에 맞게, 산업용 AR은 작업자에게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다. 조립, 수립, 검증, 모니터링, 품질관리, 교육 등 생산성 향상과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쓰이고 있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AR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기술 분야로 각광받고 있다. 산업 현장에 AR이 적용되면서 AR 시장 규모는 꾸준히 성장세를 보인다. 전문가들은 AR, VR 시장이 급격히 성장해 2020년이 되면 시장 규모가 1,513 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VR이 주도했던 시장 성장세는  2018년을 기점으로 AR 주도의 성장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2020년 에는 AR이 전체 시장의 70%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또한 2020년까지 AR 글래스는 2,000만 대까지 수요가 늘 것이라며, AR 글래스는 비용 절감,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어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높아진 생산 효율성

이미 산업용 AR은 제조 현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산업용 AR의 장점을 알아본 GE는 산업용 AR 개발과 적용에 적극적이다. 현재 GE는 GE 벤처를 통해 투자한 업스킬이 개발한 웨어러블 기기용 전용 소프트웨어를 GE 리뉴어블 에너지 공장에 적용 중이다. GE 리뉴어블 에너지 공장 내 풍력 발전용 터빈조립 작업자에게 AR 글래스를 착용하게 한 것. GE 측은 AR 글래스 착용 이후 표준방식에 비해 생산성이 34% 개선됐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기술자들이 작업을 중단하고 메뉴얼을 확인하고, 전문가에게 부품 조립 상태를 확인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업스킬이 개발한 플랫폼 기반의 스마트 글래스 덕분에 작업을 중단하지 않고 메뉴얼을 확인할 수 있게 된 것. 실시간으로 현장을 스트리밍해서 다른 작업자에게 전송할 수 있어 정확한 피드백을 곧바로 받을 수도 있다. 업스킬은 GE뿐 아니라 보잉, 록히드마틴 등과 협력하며 효율적인 프로세스 구축에 나서고 있다.

보잉도 마이크로소프트의 AR 글래스인 홀로렌즈를 비행기 부품 연결 작업에 도입했다. 비행기 내부의 전기부품을 연결하는 작업 외에도 산불 대비 훈련용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이를 통해 산불에 대한 정보, 각종 항공 정보를 실시간으로 접수받아 최적의 소화 전략을 찾고 있다. 보잉 관계자는 “AR 기술은 사내에서 없어서는 안될 기술”이라고 말한다.

글로벌 기업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AR 기술을 제조 현장에 적용하는 사례가 차츰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 포장기계 전문 생산기업인 흥아기연은 지난해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AR 솔루션인 EcoStruxure Augmented Operator Advisor을 입힌 HC 100을 공개했다. HC 100은 자동으로 카톤 포장을 하는 기계로 기존 성능에 AR 솔루션을 더해 쉽고 편한 운영과 유지 보수를 지원한다. 이에 앞서 한국전력공사와 전자부품연구원은 2017년 공동으로 스마트 변전소 기술인 ‘차세대 실감형 전력 설비 가시화 기술’을 개발했다. IoT, AR, VR 등을 전력 현장에 적용해 작업자가 정밀한 3차원 가상 환경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전력 설비 점검 및 유지보수 업무 효율성 향상과 작업자의 안전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AR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를 적용했다.

AR의 또다른 쓰임

AR 시장의 꾸준한 성장세가 예측되면서 산업용 AR의 실태를 구체적으로 정리한 보고서도 나왔다. PTC는 지난해 ‘산업 혁신 실태 연구 보고서(State of Industrial Innovation)’를 통해 산업용 사물 인터넷과 AR이 시장 기회를 창출하는 최근의 동향을 다뤘다. AR 개발 플랫폼 뷰포리아(Vuforia®)를 통해 쌓은 데이터를 분석해 객관적인 데이터를 도출했다. 뷰포리아는 디바이스 카메라 및 센서가 디지털 눈 (Digital Eye)으로 동작하도록 구현하는 프로그램이다. 컴퓨터 비전 기술 기반의 이미지 인식 기능을 사용해 물리적인 환경과 디지털 정보를 융합한다. 6만여 종의 AR 애플리케이션이 뷰포리아를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다. 각종 스마트폰, 태블릿, 웨어러블 글래스 등 뷰포리아 기반의 앱 설치 건수는 전 세계적으로 6억 2500만여 건에 달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용 AR 사용은 크게 기업 내부용과 외부용으로 구분된다. 내부용은 AR의 특징을 살려 작업자의 작업 효율을 높이는 데 사용된다. 반면 외부용은 고객 대응용 서비스와 유지 보수 지침에 중점을 둔다. 기계 가동 중단 시간을 최소화해 제품 가치를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산업용 AR 기술 활용 분야 (출처_ PTC 산업 혁신 실태 연구 보고서)
산업용 AR 기술 활용 분야 (출처_ PTC 산업 혁신 실태 연구 보고서)

생산성 향상 측면에서 내부용의 쓰임이 많을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PTC 설문조사는 의외의 결과를 보여줬다. 외부용으로 AR 기술을 쓰는 기업이 내부용으로 쓰는 경우보다 2배 정도 AR 기술 활용 경험을 보유한 것. 이에 보고서는 “산업이 서비스 지향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됨에 따라 AR을 통해 내부 연결 방식과 동일하게 고객과 연결된 제품 관련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며 “AR 기술을 가치 사슬 전반에 배치하기 위해 단계적 접근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제품과 서비스의 차별화를 위해 산업용 AR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하며 “AR 기능을 통해 고객 경험을 개선하고 기업에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현재 외부용 AR은 서비스 분야뿐 아니라 판매, 마케팅까지 분야를 확대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계속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보고서는 AR을 도입한 업체 대부분이 1년 이내에 투자대 비효과(ROI, Return on Investment)를 경험했다고 말한다. 이것이 디지털 전환기에 놓인 기업을 움직이는 결과가 됐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기술 적용의 추세를 보여주듯 LG 디스플레이는 최근 PTC의 뷰포리아를 기반으로 AR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인 LGD AR을 출시했다. 소비자들이 OLED를 손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제작된 커뮤니케이션 도구다. PTC 측은 “영업 마케팅 영역에서의 AR 활용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며 “AR은 소비자들에게 디지털 제품 사용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판매 주기를 단축시키고, 마케팅 로지스틱 스 비용을 절감하는 등 강력한 경쟁력 향상의 수단으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AR과 VR의 경계가 허물어진 혼합현실(Mixed Reality)가 대두될 것이라 내다봤다. 혼합현실은 일명 하이브리드 현실이라 불리며, 실세계의 물리적 환경과 가상 환경을 혼합한 경험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또한, 복수의 사용자가 거리에 상관없이 가상 공간에서 소통할 수 있는 다중 사용자 환경 기술도 발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일찌감치 자사의 홀로렌즈가 AR과 VR의 구분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홀로렌즈와 커넥터를 통해 원격에 있는 사람과도 소통할 수 있는 홀로포테이션 기술을 시연한 바 있다.

무엇보다 AR이 제조 산업과 연결함으로써 산업 자체를 혁신시키는 플랫폼으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2025년이 되면 AR 시장의 13%를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사용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AR은 사람과 제품·서비스가 상호간 작용하는 인터랙션 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만큼 5G 네트워크 기술 상용화 될 때부터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About 조아라 기자

인사이트를 넓힐 수 있는 기사를 선보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