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기획) 한중일 산업 이슈 조명 - 2019.1 / [한중일 이슈 조명①] 흔들리는 한·중·일 주력 산업,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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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이슈 조명①] 흔들리는 한·중·일 주력 산업, 왜?

한·중·일은 주력 산업의 일인자 배턴(baton)을 서로에게 넘겨주며 위태로운 이어달리기 경기를하고 있다. 그중 전형적인 동북아 산업 생태계를 보여주는 반도체 산업과 우리가 고전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한·중·일을 위협하고 있는 위기 요인을 파악한다.

전형적인 동북아 산업 생태계는 반도체 산업의 흐름을 따라가면 파악할 수 있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반도체 산업 주도권이 넘어왔고 한국이 승승장구하는 것도 잠시,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의 위협을 받는 처지다. 우리는 왜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는 걸까?

일본의 아성 무너진 반도체

반도체 산업은 애초부터 미국 기업들이 세계시장을 선도해 왔지만,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일본 업계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장악해 왔다. 그러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한국 기업들이 일본을 추월하기 시작했고 2000년 이후 세계 반도체 10위권의 리스트에서 점차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일본 기업들이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을 급격히 상실하고, 모바일용 반도체 등 새로운 시장수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일본 반도체 기업들은 일제히 구조개편에 들어갔다. 일본의 반도체 산업 하락으로 르네사스는 2013년 경영파탄으로 정부 기관인 산업혁신기구에 매각되어 국영기업이 됐고, D램 분야의 엘피다 메모리 기업은 2013년 미국 Micron사에 매각됐다. 이로 인해 일본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D램 경쟁력을 잃었다. 지난 6월 일본 반도체의 마지막 자존심이던 도시바도 SK하이닉스와 미국 사모펀드베인캐피털 등 한·미·일 연합에 매각됨으로써 일본의 반도체 아성이 무너졌다. 일본 가전업체들이 1990년대에 본격화된 ‘IT 혁명’이라는 경영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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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배턴 뺏어온 한국

일본이 쥐고 있던 반도체 산업 1위 배턴을 한국이 움켜쥐었다. 한국은 2013년에 역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추월하여 세계 시장의 19%를 점유하는 세계2위 반도체 생산 국가로 부상했다. 2017에는 삼성전자가 1992년 이래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은 인텔을 밀어내고 정상에 올랐다. 우리 기업의 주력 제품인메모리 반도체는 글로벌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크게 인상되어 수출의 호재로 작용했다.

반도체가 2017년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3%를 이끈주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 중 반도체 비중이 20%를 넘어서면서 향후 반도체 수출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데이터의 처리 및 저장이 필수적으로 필요한 AI, 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자율주행 자동차 등의 신산업이 성장하고 있어 앞으로도 반도체 수요는 지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한국이 지난해와 같은 호황이 지속되기는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중국, 미국 등 세계적으로 늘어난 반도체 투자로 공급 능력이 확대되면서 가격 하향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공급 부족이 해소되면서 지난해와 같은 빠른 단가 상승 및 설비투자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중국이 2018년 말부터 메모리 반도체를 본격적으로 생산하며 우리 반도체 산업을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 선언

중국은 전 세계 반도체의 약 65%를 수입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반도체 시장이지만 자급률은 약 25%에 불과하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는 거의 전량을 수입하고 있다. 이로 인하여 중국 전체 무역수지는 매년 흑자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부문에서만 약 1,90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반도체가 석유 제품을 제치고 수입품목 1위를 기록할 정도다.

중국 정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중국제조 2025’에서는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높인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은 이를 실행하기 위해 기존 글로벌 반도체 업체와의 적극적인 M&A를 추진하고 대규모 펀드를 조성하여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올 연말부터 낸드플래시를 시작으로 내년 초에는 대량의 메모리 반도체가 생산될 전망이다.

중국이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기 시작해도 당장은 기술 차이로 인한 제품 성능과 안전성 등의 차이로 세계 시장에서 요구하는 품질 수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반도체 수출이 중화권 시장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저가 반도체가 중국 로컬 전자 제품에 먼저 채용되기 시작한다면 우리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자동차 산업이 무너지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한·중·일 권력 다툼 흐름은 반도체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2010년 이후 3%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했던 세계 자동차 수요가 2015년을 기점으로 2% 미만의 저성장 구간에 진입했다.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도 일본은 여전히 높은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고 중국은 낮은 수준이지만 수출 시장 점유율이 서서히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가파르게 무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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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466만 대로 정점을 찍었고 2013년과 2014년에는 일본 자동차의 부진을 계기로 세계 시장 4위 문턱까지 갈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18년 상반기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200만 대로 추락했다. 이는 작년 상반기 대비 7.3% 감소한 수치다. 자동차 생산국 순위 5위를 유지했던 한국은 2016년 인도에 6위 자리를 내준 데 이어 올해 10월에는 멕시코에 밀려 올해 연말에는 7위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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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자동차 산업은 주요 수출 시장과 내수시장에서 고전하는 전방위적 수요 부족 사태에 직면해있다. 미국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2016년 8.1%에서 2017년에는 7.5%로 8년 만에 최저치 기록했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는 2014년 이후 점유율이 뚜렷하게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다가 2017년에는 속도가 더욱 빨라져 6% 내외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시장의 수입차 점유율 추이를 살펴보면 2010년 6.9%에서  2015년 15%대로 상승했으나 2016년 일시적인 원인으로 14%대로 하락했다. 그러나 2017년 다시 15%대로 상승했고, 2018년에도 상승 흐름이 이어지면서 16%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자동차 산업이 흔들리는 이유

전문가들은 한국 자동차 산업은 기술 집약적이지도,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지도 않은 애매한 위치에 있다고 말한다. 2015년 기준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하는 HPV(HourPerVehicle) 값을 보면, 한국(H사)이 26.8시간으로 미국(G사) 21.3시간, 미국(F사) 23.4시간, 일본(D사)24.1시간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6년 기준 매출액 대비 임금 비중은 한국 5사 평균이 12.2%지만 일본(D사)가 7.8%, 독일(V사)가 9.5%로 한국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고비용 구조다. 한국 자동차 기업의 생산성은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 주요 자동차 강국들의 생산성에 미치지 못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최근 미국은 무역 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차에 부과되는 관세 2.5%를 25%로 높이는 방안은 고려 중이다. 무역 확장법 232조가 실행된 다면 가격 경쟁력이 강점이었던 우리 자동차가 설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의 미래 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는 R&D 집약도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2017년 기준 주요국 자동차 기업들의 R&D 집약도를 보면 독일 기업들이 5.7%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지만 한국 기업들의 경우 2.6%로 주요 경쟁국 기업들보다 투자 집중도 가 낮다. 전기자동차, 수소자동차, 자율주행차 등 차세대 주력 산업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다. 핵심 경쟁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신기술에 대응하는 반응 속도가 늦고 R&D에 투자가 부족한 국내 기업의 추락은 어쩌면 이미 예견된 결과다.

협력 업체의 경쟁력 부족도 우리 자동차 산업이 흔들리고 있는 이유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특성상 안정적인 공급망, 고품질 유지와 지속적인 원가 절감을 위해 완성차 업체와 부품·소재 업체 간에 장기 거래를 선호한다. 실제로 현대기아자동차 협력 업체의 평균 거래 기간은 32년으로 20년 이상 기업이 84%에 달한다. 신기술에 대한 이해와 R&D 투자가 부족하다 보니, 완성차 업체에서 부품 제조 방식으로 기술을 이전하는 셧다운 방식을 실행하기 어렵다. 이는 곧 자동차 산업의 기초 체력의 부족으로 이어졌다. 2015년 기준 세계 100대 자동차 부품 제조사를 살펴보면 일본이 30개, 미국 25개, 독일 18개 이름을 올린 데 비해 한국은 5개에 그쳤다.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줄어듦에 따라 대기업과 협력하는 1차 협력업체 수가 크게 감소하고 있으며 살아남은 협력업체의 매출과 수익성 또한 하락하고 있다.

일본 도요타 부활의 비결

10여 년 전 극심한 경영난을 겪으며 존폐 위기에 놓였던 일본의 도요타가 최근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도요타는 2008년 금융 위기로 약 5조 원의 적자를 냈고, 2009년과 2010년에는 미국 시장에서 대규모 리콜 사태까지 겪은 바 있다. 당시 이 상황을 ‘도요타 쇼크’라고 부를 정도로 일본 경제에 타격을 가한 사건이다. 해외 투자가들은 다른 일본 기업에 대해서도 경영 악화를 우려했고 이는 일본 경제 전체에 마이너스 효과를불러왔다. 하지만 도요타는 2012년 다시 세계 1위 자리를 탈환했다. 비결은 무엇일까?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카 AVALON(이미지 출처_도요타 홈페이지)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카 AVALON(이미지 출처_도요타 홈페이지)

도요타는 생산 공정을 재조정하고 조직을 혁신해 품질을 높였다. 불필요한 공정을 폐지하고 생산 설비의 길이를 절반으로 단축해 설비와 인원을 감소시켜 고정비용의 삭감에 성공했다. SUV가 대세인 미국 시장의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따라갔고, 최초 양산한 하이브리드카의 판매도 늘어났다. 56년간 무파업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협력적인 노조도 한몫했다. 도요타 노조는 회사가 어려울 때 임금 동결을 선언하기도 하며 자리를 지켰다. R&D 투자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도요타는 최근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 등 미래차 사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일본 회계연도 기준 2018년 전반기에만 529만3000대를 팔아 치우며 사상 최대 매출인 14조6740억 엔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조 2681억 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증가했고, 영업이익률은 8.6%를 기록했다.

세계 1위 중국 자동차가 온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며 9년 연속 생산량과 판매량 모두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글로벌 자동차 생산 및 판매의 약 30%를 차지한 가운데 수출 및 수입 규모는 아직 크지 않은 상황이다. 2017년 중국 주요 자동차 업체 9개 사의 순이익이 도요타보다 적고, 자동차 업체의 과잉 설비로 인해 가동률도 낮은 수준이다.

반면, 중국 자동차 시장은 신에너지 및 자율주행 자동차가 빠르게 발전하는 가운데 중국 로컬 브랜드의 점유율이 상승하고 있다. 특히 신에너지 자동차는 ‘중국제조 2025’의 10대 첨단 제조업이자 13·5 계획의 5대 신흥 전략 산업에 모두 포함된 ‘핵심’이다. 중국 정부의 소비촉진 정책과 IT기업의 대규모 투자 등으로 신에너지 자동차 시장이 전 세계의 32.2% 규모로 성장했다. 2017년 중국의 전기차 충전기 보유량은 정부의 적극적인 충전 인프라 건설 추진으로 세계 1위를 차지,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신에너지 자동차 보유량을 500만대 이상으로 예상하고 2020년까지 충전기를 480만 개를 설치할 계획이다. BAT로 일컬어지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IT기업들도 자율주행 차와 관련하여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IT기업 투자에 힘입어 신에너지 자동차 생산, 인프라 확대 및 스마트·자율주행 차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중국. 앞으로 다가올 미래 차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 시장 입지가 우려되는 이유다.

About 김란영 기자

따끈한 밥 위에 스팸 한 조각처럼 감칠맛 나는 기사로 여러분의 입맛을 책임지겠습니다. 맛있게 읽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