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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산업 이슈 조명 ②] 브레이크 걸린 제조업, 위기 타개 방안은?

신년의 시작과 동시에 연구 기관에서 저마다 한해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경제적, 산업적 측면에서 분석한 보고서가 집중한 건 단연 산업 생태계의 변화다. 한·중·일 3국의 제조 산업은 시대적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기로(CROSSROADS). 현대경제연구원은 2019 산업 경기 키워드로 기로를 선정했다. 산업 경기에 영향을 줄 10가지 키워드의 첫 영문자를 조합해 만들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기로를 키워드로 선정하며 “2019년은 경기 하강이라는 단기적 위험, 산업 경쟁력 고갈이라는 중·장기적 위험이 동시에 작용해 대부분의 산업이 도약과 추락의 기로에 직면할 것” 이라고 설명했다.

선정된 키워드 중 눈여겨 볼 만한 것은 인구 오너스(Demographic Onus)와 노동 절약적 진보 기술의 확산(Diffusion)이다. 연구원은 이 키워드를 2019년의 위험 요소라고 지적했지만, 몇 해 전부터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만 하더라도 2016년을 정점으로 생산 가능 인구의 규모 자체가 감소하는 국면에 진입했다. 2020년까지 2016 년 대비 36만 명, 2025년에는 187만 명, 2030년에 는 375만 명의 노동력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생산 가능 인구의 비중도 2016년 73.4%에서 2030년 69%까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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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뿐만 아니라 각 국은 인구 오너스를 국가 상황을 위협할 요소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대비에 나서고 있다. 제조업의 전환기라 불리는 2011년 이후 각 나라별 행보는 사회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 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독일이 인더스트리 4.0 정책을 공표한 때를 기점으로 각 국은 전통적인 제조업에 ICT 기술 융합을 시작했다. 제조업 부흥을 위한 중장기적인 정책도 쏟아져 나왔다. 나아가 산업계는 일명 ‘4차 산업혁명 연계 기술’이라는 이름으로 AI, 빅데이터, VR, CPS 등의 기술을 개발·발전시키고 있다. 융합된 연계 기술 솔루션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며 점차 기술 대중화를 이뤄가는 추세다.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가 던진 파장

일각에서는 나라마다의 ‘제조업 부흥’ 정책을 사회적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신기술 개발이라는 트렌드를 좇는 게 아니라 사회적 문제의 솔루션을 이들 기술에서 찾았다 보았기 때문이다. 특히 노동 인구 감소의 위기 속에서 방향성을 모색하는 계기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는 전세계 공통의 이슈이지만, 한·중·일의 경우 인구 오너스에 대한 체감 위기감이 남다르다. 노동집약적인 제조업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이룬 만큼 생산 가능 인구의 절대적 수치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내에 충분한 노동력 공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곧바로 경제 성장률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 동시에 높은 임금 상승률로 이어져 기업의 노동 비용을 증가시킨다. 몇 년 새 사회 문제로 대두된 인구 오너스는 자연스럽게 노동 비용을 절감할 노동 절약적 기술 발달의 촉진으로 이어졌다.

한·중·일 삼국은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로 인한 위기 타개의 방안을 스마트화에서 찾았다. 인구 오너스로 노동 집약적 제조업의 성장세가 제약을 받을 것이라 예상되기 때문. 반면 인력 부족 현상을 대체하기 위한 로봇 개발, 설비 자동화에 필요한 IT 산업 등의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우리보다 먼저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 문제를 겪은 일본은 20년간의 불황을 일명 ‘아베노믹스’ 정책으로 극복했다. 올해 일본 경제는 하향세가 예측되지만, 지난해 4분기까지 일본은 8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거듭했다. 전통적인 강세를 보여온 소재 부품, 산업용 기계 산업에서의 글로벌 특수도 성장의 발판이었다. 2010년 이후 혁신적인 IT 기기가 등장했고, 산업 자동화 수요가 폭발하면서 일본산 소재 부품, 산업용 기계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도 호재였다. 경제 위기 속에서도 자동화 및 핵심 소재 부품에 대한 연구 개발 등 미래 투자를 놓지 않은 결과였다. 주기적으로 부침이 있던 공작기계 역시 중국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났다.

대외적인 상황 변화와 더불어 일본은 꾸준히 노동시장의 안정을 골자로 거시적 전략을 세웠다. 2013년 재흥전략을 골자로 2015년 개정된 재흥전략에는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신시장을 개척하고, 이것이 인구 감소 문제와 중산층 붕괴에 대한 해결책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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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적극적인 대응

재흥전략의 후속인 미래투자전략 2017은 4차 산업혁명이 산업 및 노동 구조 변화를 야기할 것이라 인지했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연관 기술의 응용으로 일본의 사회·경제적 문제 해결에 집중할 뜻을 밝혔다. 재흥전략을 계승한 미래투자전략 2017은 궁극적인 일본의 미래상인 Society 5.0를 소개했다. 지난해 일본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실행 계획인 Society 5.0를 구체화했다. 4차 산업 기술을 사회 전반에 활용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범국가적 차원의 성장 로드맵이다.

Society 5.0의 핵심은 독립된 개체 간의 연결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생성하는 것이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이 제조업에 중심을 두었다면, 일본은 사회·문명이라는 개념을 가져왔다. 특히 업종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심각한 구인난과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비용 부담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일본 정부는 자국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한 후 특화할 4대 전략 분야를 결정했다. 그중 하나가 스마트 서플라이 체인, 제조 생산 현장의 고도화·효율화다. 공장이나 기업을 초월한 서플라이 체인 전체 데이터를 공유·활용하는 시스템이 목표다. 개발에서 최종 소비까지 데이터로 연결해 제조 프로세스를 개 선하고 제품 서비스를 고도화한다는 의도다.

각각의 전략 분야별 지원에 앞서 일본 정부는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데이터 축적과 활용의 중요성을 인지했다. 이를 위해 제조 기술과 데이터를 결합한 플랫폼 창출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제조 강국인 만큼 일본은 현장 데이터가 어느 나라보다 풍부하게 축적돼 있다. 자동차의 경우 세계 시장 점유율이 30%, 산업용 로봇의 경우 60%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정책을 두고 “사람, 제조, 기술, 데이터 등 횡단적 과제의 대응책을 강구하는 방향으로 4대 전략 분야의 구체적인 실천 전략을 세운 것은 새로운 경제·사회 시스템을 가능한 빨리 구축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인식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깨어진 한·중·일 제조 분업

국가 차원의 전략 외에도 일본 기업들은 인구 감소로 내수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해외 시장 개척에 힘을 쏟았다. 해외 기업을 인수·합병하거나 생산 거점을 해외로 확대하는 방식 등이다. 전문가들은 “일본 기업들의 전략은 대규모 시장을 보유한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 시장 진출이 강화되면서 일본 기업들은 중국 기업과의 기술 제휴에 주력하고 있다.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는 한·중·일의 제조 분업 구조에도 변화를 야기했다. 1997년 아시아 외환 위기 이후 일본은 제조 설비 부품을 한국에 수출했다. 한국은 이를 가공해 중국에 수출하는 등 한·중·일의 분업 구조가 뚜렷한 편이었다. 하지만 일본과 중국이 결속을 더해 가면서 한국 제조업 입지는 위축 위기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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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부터 2017년까지 ‘중국 중간재 수입 증가율 추이’를 다룬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한국산 반도체를 제외하면 중국 중간재 수입액이 늘어나는 품목은 거의 없다. 반면 일본산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로봇 센서 등 부품 수입액은 크게 늘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자급 능력이 향상되면서 일본산에 비해 한국산 중간재의 부가가치를 크게 느끼지 못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 국책연구기관은 이미 한국의 제조 역량을 자국 역량보다 낮게 평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코리아 패싱’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일본 기업의 투자 증대와 맞물려 중국 정부는 제조업 혁신에 나섰다. 제조업 자급 능력 향상에 초점을 맞춘 움직임은 2015년 발표된 ‘중국제조2025’에서 도드라진다. 향후 30년 간의 장기 비전 중 첫 단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공업 구조 고도화를 목표로 하는 11·5 규획, 산업 핵심 경쟁력 제고를 목표로 하는 2011년 12·5 규획을 거쳐 구체화됐다.

객관적으로 자국 상황을 분석한 중국은 비교적 낮은 단계에 머물러 있는 한계 극복을 우선 과제로 삼았다. 여기에 노동 인구 감소 문제까지 직면하자, 더 적극적으로 고부가가치 체제로의 제조업 구조 변화에 나섰다.

중국 정부는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 낮은 노동 비용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라며 “산업 노동자의 숙련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은 것도 중국의 제조 강국 실현에 걸림돌”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중국노동관계학원 노동관계학과 교수 차오젠과 류샤오첸도 “중국의 고숙련자의 비중은 5% 남짓”이라며 “전체 산업 노동자 중 40%가 고숙련자에 속하는 일본과 50%에 달하는 독일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자 숙련도 향상과 더불어 제조업 강국으로의 전환 방안이 스마트 제조 환경 구축이라고 판단한 중국 정부는 2016년 ‘스마트 제조 발전 계획’을 발표했다. 연구, 생산, 물류, 경영 등 전 과정에서의 스마트화 관리를 목표로 2020년까지 전체 공장의 20% 이상을 스마트 공장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더불어 제조업 기초 역량 강화를 위해 2020년까지 핵심 기초 부품, 기초 소재의 자급률 40%, 2025년 까지 70%로 제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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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패싱’ 막을 방법은?

한국도 2015년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통해 스마트 제조 도입에 나섰다. 제조업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높은 비중에 비해, 숙련된 기술 인력 공급이 정체되고 있는 상황의 타개법을 스마트 제조에서 찾은 것이다. 정부는 스마트 제조 혁신을 제시하고, IT·SW, IoT 등과의 융합으로 생산 과정을 지능화, 최적화 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하고 있다. 2015 년부터  민관합동 스마트공장 추진단을 구성해 중소·중견기업 제조 현장의 스마트화에 나서고 있다. 제조업 부가가치의 원천인 소프트 파워 경쟁력 제고를 위해 2020년까지 엔지니어링 복합 단지도 구성한다.

제조업 활력 둔화가 누적된 구조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 판단한 정부는 지난해 12월 단기와 중·장기를 아우르는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일명 ‘제조업 활력 회복 및 혁신 전략’은 제조업 전체 고용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산업 구조의 고도화 지연, 중국의 급부상 등을 극복할 방안을 담았다.

정부는 제조업 혁신을 위해 핵심 소재·부품, 장비 자립화를 넘어 글로벌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는 소재·부품·장비 분야에 매년 1조 원 규모를 투자한다. 특별법 개정과 인공지능의 활용, 실증 기반 구축 등으로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사업화율을 제고할 방침이다. 더불어 생산 시스템의 혁신도 추진한다. 2022년까지 스마트공장 3만 개 보급, 10개 산업단지의 데이터를 공유하고 신산업에 자유로운 스마트 산단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스마트 공장 생산 시스템 혁신을 국내 기술로 가능하도록 핵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을 재고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스마트공장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다.

문제는 한국과 중국의 산업 발전방향이 거의 일치하고,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산업의 유사성이 높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IT를 활용해 생산을 스마트화한다는 공통점은 향후 한·중간 경쟁력 심화시킬 것”이라며 “미래 발전 전략도 거의 동일해지고 있는 양상인 만큼 융합을 통한 차별화,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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