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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산업 이슈 조명 ③] 기회의 땅, 아세안 공략 나서다

포스트 차이나(Post China)로 세계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아세안 시장. 인구 6.5억명, GDP 2.5 조 달러 규모의 이 거대한 시장에 대한 한·중·일 3국의 구애가 뜨겁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이 2013년부터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8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 대중국 수출 감소의 원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가파르게 증가한 대중국 수출은 총 수출의 25% 대에서 정체를 겪은 후 2013년부터 2016년까지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2013년 대비 2016년 대중국 상품 수출이 14.7% 감소했다고. 중국 시장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이러한 감소세의 하락은 우리나라 전체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수출 감소 요인으로 작용한 중국 내 제조업 투자 및 제조업 소비 선호도의 감소세가 앞으로 얼마나 계속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결국, 리스크를 줄이고 안정적인 경제 구조를 확립하기 위해선 판로 다변화를 통해 대중국 의존도를 낮춰야만 할 필요가 있다.

총수출 대비 대중국 수출 비중 추이 그래프(이미지 출처_‘우리나라 대중국 수출 감소의 원인 분석’, 한국은행 BOK 연구)
총수출 대비 대중국 수출 비중 추이 그래프(이미지 출처_‘우리나라 대중국 수출 감소의 원인 분석’, 한국은행 BOK 연구)

문재인 정부가 작년 천명한 ‘신남방정책’의 추진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문 대통령은 2017년 11월 9일 개최되었던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포럼’의 기조연설을 통해 신남방정책을 발표했다. 사람 (People), 평화(Peace), 상생번영(Prosperity) 공동체, 즉 ‘3P 공동체’ 개념을 핵심으로 하여 아세안(ASEAN) 국가들과의 협력 수준을 미·중·일·러 등 주변 4강국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이 골자다.

왜 아세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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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신남방정책으로 본격적인 한·아세안 협력의 물꼬를 트고 있는 가운데, 일대일로를 구상하는 중국, 후쿠다 독트린을 기점으로 일찌감치 아세안에 적극적 투자를 펼쳐왔던 일본까지 한·중·일 3국의 아세안 시장 공략 주도권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한 상황이다. 날이 갈수록 커져가는 아세안의 경제적 중요성이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높은 경제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으로 포스트 차이나 시대의 대안이라 일컬어지는 아세안(ASEAN)은 태국, 베트남, 필리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10개국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정치, 경제, 문화 공동체다. 인구 6.5억 명, GDP 2.5 조 달러에 달하는 거대 단일 시장이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아세안의 GDP(국내 총생산)는 연평균 5.5% 성장을 보였으며, 2030년까지 6%대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아세안의 성장은 외국인 직접 투자에 기반을 두고 있다. 아세안 국가들은 80년대 중반 이후 외국인 직접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해왔다. 싱가포르를 선두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이 일찌감치 외국인 직접 투자를 통한 공업화 및 서비스화에서 성공하며 경제 발전을 이룩했고, 후발주자인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등의 국가 역시 동일한 전략으로 경제 성장을 계획하고 있다. 한·중·일 삼국은 이들 공동체의 대외지향성, 선진 산업 국가로서의 지위와 지리적 긴밀성 등을 활용해 아세안 국가들과 접점을 만들며 각자의 방식으로 활발한 경제 협력을 진행 중이다.

가장 오래, 적극적으로 공들인 일본

세계 최고의 교통 지옥 중 한 곳으로 꼽힐만큼 혼잡한 태국 방콕의 도로 위를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은 도요타, 혼다 등의 일본 자동차들이다. 일본은 태국의 자동차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데, 이는 태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다른 아세안 국가에서도 일본 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은 70~80%에 달한다. 도로, 항만, 통신 등 경제 인프라로 눈을 돌리면 일본의 영향력은 더욱 엄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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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막대한 영향력은 지금으로부터 40 여 년 전, 아세안에 대한 대대적 투자를 천명한 ‘후쿠다 독트린’에 기인하고 있다. 후쿠다 다케오 일본 전 총리는 1977년 아세안 6개국 순방의 마지막 국가인 필리핀에서 “일본은 군사 대국이 되지 않으며, 정치·경제를 넘은 광범위한 분야에서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진정한 동반자적 입장으로 아세안 국가의 발전을 위해 협력하겠다”며 대규모 ODA 투자를 선언했다. 이를 계기로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역내 반일 기류로 주춤했던 일본 기업의 아세안 진출이 다시 급증하기 시작했다. 수십 년간의 경제 협력을 통해 한· 중·일 3국 중에서도 아세안 국가들과 남다른 관계를 유지해오던 일본은 2013년 처음으로 아세안 투자 200억 달러를 돌파하고, 2015년에도 202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며 아세안 최대 투자국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2012년 중국과의 영토 분쟁으로 인한 통상 마찰 등 불안 요소가 증가하며 정부 차원에서 기업들의 아세안 시장 진출을 장려한 영향도 크다. 일본의 생산 기지가 된 아세안에는 현재 제조업을 비롯해 서비스업, 금융업, 유통업 등 산업 전분야에 걸쳐 수많은 일본 기업들의 진출이 이루어져 있다.

시장 영향력 높이고 있는 중국

중국은 2010년 전면 발효된 중국-아세안 FTA로 아세안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키워 왔다. 특히 최근에는 자국 경제 외연 확대를 위한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를 본격 추진하고 아시아 인프라 투자 은행(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AIIB) 설립을 주도하면서 아세안에 대한 자금 지원을 확대하고 있어 그 영향력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 상무부의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한 대아세안 직접 투자는 2015 년 146억 달러로 최고점을 기록했다. 일본, 미국에 이어 대아세안 해외 직접 투자 3위국(2017년 기준)으로 부상한 중국의 투자는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등 아세안 선발 국가에 집중되어 있다. 주요 투자 업종으로는 부동산, 제조업, 도소매가 상위 3위 업종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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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투자 증가 요인은 여러 가지다. 일대일로의 핵심축으로서 아세안의 전략적 중요성이 증가하기도 했고, 내수 시장의 포화로 새로운 시장 개발이 필요한 중국과 산업화를 통한 발전을 추진하고 있는 아세안 국가들의 이해도 맞아 떨어지면서 중국 기업들의 진출이 대폭 확대되었다.

신남방정책으로 물꼬 튼 한국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전까지 아세안 정책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2017년 문재인 정부가 한국 경제의 새로운 활로 모색을 위한 ‘신남방정책’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아세안과의 협력 기반을 다지고 있는 중이다.

2018년 11월,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이 정책브리핑(www.korea.kr)을 통해 발행한 ‘3P 공동체 중심의 신남방정책 1년 성과와 방향’은 지난 1년의 발자취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신남방정책 천명 이후 1년 여 동안 신남방 지역과의 정상외교를 수행하며 외교·안보 지평 확대에 나섰다. 2017년 11월에 인도네시아· 베트남·필리핀, 지난해 3월 베트남, 7월 싱가포르·인도를 방문했으며 6월에는 필리핀 대통령이, 9월에는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방한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신남방정책에 대한 아세안 국가의 지지를 확보했으며, 신남방정책의 가시적 성과를 도출했다고 자평했다.

올해는 아직 방문하지 않은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등의 방문을 추진해 신남방정책을 속도감 있게 이행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아세안과의 대화 관계 수립 30주년 계기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하여 한·아세안의 미래지향적 관계 강화 방향을 모색한다.

이렇다 할 아세안 정책이 없었던 한국은 문 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으로 아세안과의 협력을 증대시켜 나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개최된 20차 한·아세안 정상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2020년 상호교역액 2천억 불, 상호방문객 1천 5백만 명의 목표를 향해 아세안과 더욱 가깝게 협력할 것”이라고 전했다.(이미지 제공_청와대)
이렇다 할 아세안 정책이 없었던 한국은 문 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으로 아세안과의 협력을 증대시켜 나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개최된 20차 한·아세안 정상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2020년 상호교역액 2천억 불, 상호방문객 1천 5백만 명의 목표를 향해 아세안과 더욱 가깝게 협력할 것”이라고 전했다.(이미지 출처_청와대)

자동차·철강·석유화학·에너지 등 전방위적 시장 진출 기반 또한 마련했다. 우리나라의 산업화 경험을 신남방 국가들과 공유하며 지역별·국가별 다양성을 고려한 맞춤형 상생 협력을 추진해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인도 등에 자동차, 철강·석유화학,에너지 등 주력 제조 산업의 신남방 시장 진출 거점을 확보했다. 기아자동차는 2017년 인도에 30만 대 규모 완성차 공장을 착공했고, 포스코는 인도네시아에 열연 공장을 추가로 건설한다. 롯데케미칼 역시 인도네시아에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을 결정했다.

중소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을 위한 TASK 센터와 관련 지원 센터 등을 설치하고, 민간 벤처캐피털(VC) 공동 펀드 조성을 통해 신남방 신규 시장 진출도 지원하고 있다. 애로 기술 지원을 위한 베트남 TASK 센터가 설립되며, 인도네시아·인도·태국·말레이시아에 중소기업 기술 교류 센터가 문을 연다. 인도와 싱가포르에는 올해 코리아 스타트업 센터 설치를 추 진한다.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융합 기술 대응을 위해서는 ICT·바이오 분야 공동 R&D와 5G 통신 협력을 추진 했다. 또, 한국과 인도네시아 공동 R&D·인력 교류를 위한 미래전략그룹 설립에 합의하고, 한·싱가포르 혁신 기술 협력 MOU를 체결했다. 베트남 과학기술연구원(V-KIST)이 착공에 들어갔으며, 한·인도 연구 혁신 협력 센터 공동 설립에도 합의했다.

인프라 수주도 확대되었다. 신남방 지역 인프라 개발 사업 수주 규모는 작년 10월 기준으로 전체 수주액의  40.9%에 달하는 98억 9,000달러를 기록해 85억 7,000달러를 수주한 중동을 넘어 최대 수주처로 부상했다. 이 성과는 건설 수요가 높은 신남방 지역을 대상으로 정상 순방 시 인프라 분야 의제 채택, 고위급 협력 채널 가동 등 민관 합동 수주 지원 노력에 힘입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부는 신남방 국가와의 인프라 협력이 더욱 확대될 수 있도록 지난해 9월, 한·아세안 인프라 장관 회의를 최초로 개최해 10개국, 20개 규모의 중점 협력 사업을 채택했다. 중점 협력 사업에는 라오스의 8번 국도 개량 협력,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신도시 개발, 미얀마 양곤 도시 고속도로 개발, 필리핀 두마게테 신공항 개발 협력 등이 해당된다.

또, 오는 2022년까지 1억 달러 규모의 한·아세안 글로벌 인프라 펀드를 신규 조성하는 등 인프라 수주 지원 기반을 강화하여 신남방 지역 인프라 진출이 확대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한국 경제는 국내외적으로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기업들의 판로 다변화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때, 신남방정책이 기업들의 성공적인 신시장 개척을 든든히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About 김솔 기자

다양한 취재 경험을 살려 여러분께 읽고 싶은 기사, 재미있는 기사 보여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