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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뿌리산업 고찰 Ⅱ ③] 경쟁력 갖춘 뿌리산업의 NEXT STEP

독일의 ‘첨단기술전략 2020’, 일본의 ‘모노쯔쿠리 고도화법’, 미국의 ‘제조업 부양을 위한 프레임워크’, 중국의 ‘중국제조 2025’. 이것의 공통점은? 모두 국가 차원에서 뿌리기술을 중점 관리해 기술 고도화를 실현하겠다는 아젠다이다. 또한 미래 산업의 패권을 잡겠다는 일종의 전략이다. 단시간 내에 기술력 확보가 쉽지 않은 뿌리산업의 특성상 자칫하면 기술 격차가 커질 수 있는 상황. 우리나라는 어떤 방식으로 뿌리기술 고도화에 나서고 있는지 살펴봤다.

각국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기술 고도화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한 뿌리산업. 한국도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여러 정책적 지원, 연구 개발을 진행 중이다. 뿌리기술 국가 허브인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뿌리산업연구소(이하 연구소)는 기술 고도화를 위한 연구에 집중해 꾸준히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연구소의 표면처리그룹은 ‘반도체 패킹용 고평탄 구리 도금액 제조 기술’을 개발해 기술 이전을 완료했다. 국내 최초로 개발된 이 기술은  도금막 형상을 결정하는 유기첨가제 개발을 통해 구리 도금 평탄도를 극대화시켰다. 기술 이전이 완료됨은 물론, 이 기술을 활용해 국내 최초로 반도체용 구리 도금액의 사용화가 진행되고 있다.

주조공정그룹은 ‘티타늄 금속 재생 기술’을 개발했다. 티타늄 잉곳(Ti ingot)을 제품화하 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티타늄 스크랩(Ti scrap)과 스펀지 티타늄(sponge Ti)을 용해· 정련해 Ø80 티타늄 잉곳을 생산한 것이다. 티타늄 순도 향상 기술, 연속 주조 방식도 함께 개발돼 기술 이전을 마쳤다.

열처리그룹이 개발한 ‘팩 시멘테이션’ 기술 사례. 코팅처리를 하지 않아 부식된 부품(좌)과 스테인리스 코팅을 한 부품 완제품(우)
열처리그룹이 개발한 ‘팩 시멘테이션’ 기술 사례. 코팅처리를 하지 않아 부식된 부품(좌)과 스테인리스 코팅을 한 부품 완제품(우)

‘저마찰·고 경도 나노복합코팅막 소재 합성 기술’도 있다. 자동차 연비를 올릴 수 있는 박막 코팅 소재의 합성을 통해, 소재의 특성을 구현하면서도 균일한 표면 형성이 가능해졌다. 이 기술은 2015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정한 ‘2015 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꼽히기 도 했다.

신기능소재그룹은 세계 최초로 ‘에코 알루미늄(ECO-AL)’을 구현했다. 복합 합금화를 구현해 마그네슘 첨가에 따른 단점을 극복한 게  특징이다. 현재 이 기술은 미국 보잉(Boeing) 사 및 독일 주요 자동차 회사에 적용을 위한  테스트 중이다.

기술 고도화 충분히 이뤄져

뿌리산업 고도화를 위한 여러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기술 선도기업의 부재를 문제로 지적한다. 보고서와 백서 등 각종 지표 역시 뿌리산업이 여전히 고도화 되지못했다고 언급한다. 이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뿌리산업기술연구소 성형기술그룹 이종섭 그룹장은 “뿌리산업 자체가 중간에 숨어 있는 기술이다 보니 혁신적인 제품의 기술 가치에 뿌리기술이 얼마만큼 기여했는지 설명하기 모호한 면이 있다” 며 “뿌리산업이 고도화를 이루지 못했다면 주력 산업이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 특성상 뿌리기업의 부가가치를 가시화 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충분히 기술 고도화가 이루어졌다고 본 것이다. 미국 소비자 만족도 조사 기관인 J.D Power의 자동차 품질 조사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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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D Power는 2014년 구매 후 90일 이내, 차량 100대 당 발생 문제 건수를 조사했다. 업계 평균적으로 116건의 문제가 발생했는데 그중 국내 자동차 제조사의 문제는 94건, 106건이었다. 2017년 진행된 같은 조사에서 업계 평균적으로 97건의 문제가 발생했지만 국내 제조사의 경우 72건, 88건에 불과했다. 초기 품질을 끌어 올렸기에 가능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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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후 3년이 경과한 차량 100대당 발생 문제 건수를 조사한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평균적으로 133건의 문제가 발생했던 2014년 국내 제조사의 제품은 151건, 169건의 문제가 발생했다. 하지만 업계 평균 문제 건수가 156 건인 2017년 국내 제조사의 문제 건수는 133 건, 148건으로 평균을 상회했다.

이 그룹장은 “국내 제조사가 제품 설계를 잘했다 해도 뿌리기술이 뒷받침 되지 않았으면 품질을 끌어 올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도화를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

이종섭 그룹장은 지금보다 뿌리기술을 끌어 올리는 방법으로 ▲고도화 ▲스마트화 ▲융합이라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우선 전통 공정의 고도화와 함께 미래 산업에 대응하기 위한 신공정 개발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존 뿌리공정에서 대응하지 못하는 기술이 있다면 새로운 공정 개발을 통해 공정 기술 자체를 업그레이드 해야 할 시기라는것.

이그룹장은 융합을 위한 두 가지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뿌리 공정 간 융합을 통한 기술 격차 해소와 공정-장비 간 융합이다. 산업계가 요구하는 뿌리기술 성능이 고도화되고 있는 만큼 개별적으로 존재하던 공정을 융합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보자는 뜻이다.

기술 고도화가 거듭 진행되면서 장비가 뒷받침 되어야지만 구현되는 공정도 생겨났다. 일찌감치 선진 뿌리기업들은 공정-장비 간 융합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선진 기업들이 특허로 기술 장벽을 높이다보니, 이제는 장비를 못 만들면 기술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어진 상황이 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뿌리공정과 장비 산업이 함께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본 것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뿌리산업기술연구소 성형기술그룹 이종섭 그룹장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뿌리산업기술연구소 성형기술그룹 이종섭 그룹장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뿌리산업기술연구소 성형기술그룹 이종섭 그룹장은 “공정 간 기술 격차를 최소화하며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R&D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뿌리기술 명인의 암묵지를 디지털화 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 하다”고 말했다. 이어 “뿌리산업은 부가가치가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기술력을 끌어 올리려 하지 않으면 정작 필요한 순간에 기술력 부족으로 도태될 수 있기에 꾸준한 연구 개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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