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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이 멈췄다! 시름시름 앓고 있는 한국 제조업

올해 회복세를 전망했던 제조업 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 4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3월 산업활동 동향’에 의하면 국내 제조업의 지난 3월 평균 가동률은 70.3%로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저로 떨어졌고 제조업 재고율은 114.2%로 IMF 이후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공장 10곳 중 3곳이 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팔지 못한 제품들이 창고에 쌓여 있다. 이는 판매처가 그만큼 적다는 걸 의미한다. 제조업 경기의 회복세를 예상했던 애초 기대와 달리 수치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최근 20년간 제조업의 가동률과 재고율 추이
최근 20년간 제조업의 가동률과 재고율 추이

낮은 가동률, 높은 재고율 왜?

매달 산업 활동 동향을 발표하는 통계청 산업동향과 어운선 과장은 최근 제조업 경기가 슬럼프에 빠진 원인을 업황 부진에 따른 수주 감소와 수출 회복 지연에 따른 재고 조정으로 분석했다.
“조선해운업과 해양플랜트사업의 불황이 길어지면서 수주잔량이 많이 부족한 상태다. 진척량이 감소하면서 기타 운송 장비와 금속 가공 제품 생산 활동이 침체되었다. 북미를 중심으로 자동차 수출 회복이 지연됨에 따라 주요 업체들이 재고 조정에 들어가면서 완성차 생산이 정체된 모습이다. 이에 따라 부품 생산도 같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상황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글로벌 성장 패러다임의 변화로 발생한 만성 수요 부족과 과잉 생산 능력 문제를 원인으로 꼬집었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저성장이 장기화되면서 금융위기 이전의 과잉 생산 능력이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수요 기반이 취약해져 수출에 의존하는 국내 제조업의 과잉 생산 능력 문제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연평균 5.1%를 기록하던 세계 경제 성장률은 2012년부터 2017년 연평균 3.5%로 하락했다. 한국 제조업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생산 능력 대비 생산이 크게 위축되었다. 2011년 이후로 평균 가동률이 빠르게 하락하고 재고율이 상승하는 전형적인 과잉 공급 형태를 나타내고 있다.

산업별 경기는?

전반적인 제조업 경기를 살펴봤다. 지금부터는 반도체, 자동차, 기계 산업별 경기와 산업별로 앓고 있는 고질병에 대해 알아본다.
반도체는 2017년 기준 전체 한국 수출의 17.4%를 차지하는 주력 산업이다. 반도체의 3월 생산은 소폭 상승해, 불황인 제조업 경제 속에서도 굳건히 상승세를 지켰다. 하지만,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 산업에서 한국의 위상이 흔들릴 위기에 처해있다. 국내 기업의 반도체 산업 주력 품목은 2017년 세계시장규모 1,302억 달러 규모의 메모리반도체다. 이중 한국 반도체 생산은 62%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다.하지만 시장에 2~3년 내 중국의 본격 진입이 예상되고 있어 공급과잉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점유율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반면, 세계시장규모가 2,304억 달러인 시스템반도체 산업에서 한국은 고작 4%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언제까지 반도체가 제조업 경제의 견인차 구실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주요 수출시장과 내수시장에서 고전하는 전방위적 수요 부족 사태에 직면했다. 설상가상으로 한국 자동차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급락했고, 미국 시장 점유율은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 둔화나 미국 내 경쟁업체들의 적극적 프로모션에 따른 경쟁 심화 등이 주요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미국발 통상 압력, GM 군산공장 폐쇄 결정 등 일련의 사건들이 원인으로 거론됐지만 미국의 통상압력이 본격화되기 이전부터 자동차 수출은 약화 추세였고, GM 군산공장 생산량은 국내 생산 완성차에 0.8% 정도 차지 하므로 비중이 미미하다.
자동차 산업 부진에 영향을 받은 기계 산업의 3월 수치를 살펴보면 가동률 지수는 전월 대비 5.9%, 내수 출하는 5.1%, 하락했음에도 재고는 3.7% 줄었다. 한국공작기계산업회는 “최근 공작기계 시장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 미·중 무역갈등 등 대외환경의 불안요인이 상존하지만 미국 및 유럽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의 회복세로 수출수주는 좋은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내수 수주는 소비심리 위축으로 회복이 더딘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주원 연구실장은 “최근 아세안으로의 수출이 증가하면서 업황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으나 근본적으로 기술경쟁력은 취약하다고 평가된다. 특히 정밀기계의 무역수지는 29.2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해 정밀기계 품목의 수입은 일본 및 미국산 제품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며 우려를 표했다. 기계장비 생산에 따라 철강을 비롯한 1차 금속과 금속 가공 제품은 물론 넓게 보면 전기, 전자기기, 화학제품까지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는 만큼 기계 산업의 경쟁력을 키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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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등, 계속 켜져 있을까?

제조업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실질가치 기준 29%다. 27.5%인 신흥국 중국보다도 높은 수준으로 제조업은 현재 한국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 제조업의 생산 및 고용 파급효과를 고려한다면 실제 경제 성장에 대한 기여율은 실질 가치 기준 50% 이상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국가별 제조업 경쟁력을 나타내는 CIP 지수를 보면 한국의 제조업의 경쟁력 순위는 2009년부터 2014년까지 4위를 유지하였으나 2015년에 5위로 하락하면서 중국에게 역전당했다.
통계청 어운선 과장은 “3월 통계치만으로는 앞으로의 제조업 경제를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내외 불확실성을 상수로 본다면, 소비 회복 지속 등 긍정적 요인과 수출 증가 둔화 등 부정적 요인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대형 외국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시기가 7월에서 10월로 3개월 정도 늦춰질 것으로 전망했다. 고용이 예상보다 둔화되고 반도체가 주도하는 수출도 지속하기 힘들다는 불확실성을 이유로 경기 전망을 하향 조정한 셈이다. 이렇게 비관적인 전문기관의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기회 요인에서 위협 요인이 된 중국, 노동시장의 경직성, 각종 정부 규제까지. 한국 제조업은 어떻게 많은 장애물을 뛰어넘어야 할까?

제조업 앞에 놓인 장애물에 대체하는 방법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미래 신산업의 환상에 시선을 두지 말고 현재 제조업이 처한 위기를 직시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들은 기초 소재, 기계, IT, 자동차 등 현재 우리의 주력 산업들을 근간으로 파생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주력산업에 대해 지금보다 더 집중적인 정책적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며, 산업정책의 무게중심은 사후 수습이 아닌 위기 가능성을 확인하고 예방하는 데에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주력산업의 기반이 취약할 경우 새로운 산업의 등장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About 김란영 기자

따끈한 밥 위에 스팸 한 조각처럼 감칠맛 나는 기사로 여러분의 입맛을 책임지겠습니다. 맛있게 읽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