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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 3D 프린팅 ③] 한국형 금속 3D 프린터가 만든 반전

선진국은 일찌감치 금속 3D 프린터의 기능 개선에 나섰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재 개발, 바이오 등 차세대 핵심 분야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금속 3D 프린팅 후발주자인 한국이 기술 격차를 줄이는 건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한국은 한국형 금속 3D 프린터를 앞세워 반전의 발판을 만들고 있다.

3D 프린팅은 2013년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이후 미국의 제조업을 살릴 주요 기술로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1984년 개발된 후 줄곧 단순 제품 모형과 시제품을 만드는 데 그쳤던 3D 프린팅은 이때를 기점으로 급격한 성장세를 이루기 시작했다. 이제 3D 프린팅 업계는 금속 분말 소재를 활용한 고부가가치 기능성 부품 제조로 눈을 돌렸다. 국내 기업들도 금속 3D 프린팅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고가의 3D 프린터 장비 업체의 특수 소재가 아닌 일반 상용 금속 분말을 활용해 가공 소재 선택의 폭을 넓히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Fast Follower 의 한계

문제는 선진국을 따라가는 방식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미 선진국은 고부가 가치용 분말 개발에 나서고 있다. 금속은 싸지도, 빠르지도 않기 때문에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산업의 접근이 필수적이기 때문. 더욱이 M&A를 통해 소재 전문 기업을 수직계열화 시킨 장비 업체들은 3~4년 전부터 상용 소재 활용을 제한했던 규정을 완화했다. 장비 업체의 변화에 훼가네스(Hoeganaes), 샌드빅 오스프레이 (Sanvik-Osprey), 카펜터(Carpenter) 등 글로벌 기업에서 상용 소재를 내놓고 있지만 전체 3D 프린팅 매출에 비하면 미비한 수준이다. 어떤 상용 소재를 사용해 무엇을 제작해야 할지 타깃이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공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들어 미국과 독일은 기존 3D 프린팅의 단점을 보완하는 새로운 공정법을 내놓았다. 레이저나 전자빔에 의한 용융 방식의 문제점이 해결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지적되던 느린 생산 속도, 거친 표면 상태, 소재 사용의 제한과 같은 문제를 극복할 만큼 기술 수준을 끌어 올렸다. 예를 들어, 미국의 데스크톱 메탈 (Desktop Metal)은 금속, 세라믹 분말과 바인더를 혼합한 피드스톡을 FDM 방식으로 적층하거나 싱글 패스 제팅(Single Pass Jetting) 기술로 적층한 다. 이 기술은 50마이크론 높이의 분말을 적층하는 동시에 빠른 속도로 바인더를 분사해 출력물을 조형한다. 출력이 완성되면 급속 가열 및 소결 처리가 가능한소결로에서 바인더를 제거한 뒤, 소결 처리하여 제품을 완성한다. 기존 PBF 방식보다 100배 빠른 속도로 출력할 수 있고, 표면 상태나 제품 변형 문제도 획기적으로 개선시킨 이 기술은 올 초까지 구글, BMW, GE 등에서 1억 달러 가까운 투자를 받았다. 선진국은 금속 3D 프린터의 기능 개선, 티타늄 등 다양한 소재 개발, 바이오 등 차세대 핵심 분야 연구에 지속적으로 집중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선진국의 기술을 따라가기 보다는 한국만의 독 자적인 방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양대학교 재료화학공학과 이재성 교수는 “패러다임 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한다.

소재 개발의 필요성

“3D 프린팅 산업은 결국 원재료 산업이 될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금속 3D 프린팅 기술이 장비 개발을 중심으로 제품화 타당성을 검증하는 단계였다면, 이제는 금속 소재를 중심으로 현재의 생산과 경제성을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화 사례를 도출해야 한다.”

이재성 교수는 한국형 3D 프린팅 개발의 중요성에 대해 말한다. 내수시장 규모도 작고, 산업 인프라가 취약하기에 선진국이 주력하는 시장이 아닌 한국만의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것. 선진국은 한국보다 2배 이상 큰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우주, 항공, 바이오 분야의 거대한 산업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지금껏 축적된 기술력과 노하우도 비교 우위에 있다. 무엇보다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위험을 국가 내부에서 흡수할 수 있다 보니 한국보다는 과감한 기술개발 투자가 가능 하다. 이 교수는 “한국형 3D 프린팅 개발을 위해서는 한국형 소재가 뒷받침 돼야 한다” 고 말했다.

한양대학교 재료화학공학과 이재성 교수
한양대학교 재료화학공학과 이재성 교수

3D 프린팅 소재 타깃 시장은 사실상 제조 업 전 분야다. 기계, 자동차, 항공, 국방, 전기·전자부품 등 산업적 파급 효과가 큰 고부가가치 영역을 포괄하는 만큼 산업에 맞는 소재 개발이 필수적인 상황.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2021년까지 금속 소재 시장 규모는 6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시장도 244억 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금속 3D 프린팅 시장을 주도하는 대표 소재인 티타늄은 소재 시장의 14%를 차지 한다. 고융점으로 인한 분말 제조의 어려움, 금속 간 화합물의 낮은 인성 등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점점 늘고 있다.

한양대학교 이재성 교수는 한국형 금속 3D 프린팅 에대해 “선진국과 차별화 된 기술을 가진 장비와 거기에 맞는 원료를 함께 개발해 판매하는 방식에서 시작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의 강점을 살린 틈새시장을 겨냥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술 격차 뛰어넘을 방법은?

한국형 3D 프린팅 개발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일찌감치 형성됐다. 지난 2014년 12월 당시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산자원부는 공동으로 ‘3D 프린팅 전략기술 로드맵’을 수립했다. 2년 뒤인 2016년 12 월엔 ‘3D 프린팅 산업 진흥 기본 계획’을 마련해 국내 산업 경쟁력 재고를 위한 정책 추진 방향을 공개했다. ‘2019년 3D 프린팅 글로벌 선도국가 도약’이라는 비전 구현을 위해 2017년부터 2019년까지의 4대 추진전략과 12대 정책과제도 구성했다. 지속적인 추진을 위해 정부는 ‘삼차원프린팅산업 진흥법’ 에 따라 3년마다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연도별 시행 계획을 매년 수립하고 있다.

더불어 정부는 본격적인 한국형 3D 프린팅 양산을 위한 기술 개발에 나섰다. 지난 2015년 출범한 ‘M3P(Metal 3D Printing) 융합연구단(이하 연구단)’이 그것이다. 연구단은 한국기계연구원, 재료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4개의 출연 연구소와 기업, 대학이 함께 3년간 금속 3D 프린팅 장비, 공정, 재료를 모두 개발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융합 성과 극대화를 위해 연구기간 동안 참여 연구원들 은 한국기계연구원에서 함께 연구를 수행한다. 과제 종료 후 원 소속기관으로 복귀하는 On-Site  융합 연구 방식이다. 장비, 공정, 재료 등 관련 기술을 함께 모여서 개발하는 건 국내에서도,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방식이다. 오는 10월까지 연구단은 제조, 의료, 전자 등 신성장 동력 창출을 위한 금속 3D 프린팅 기술 상용화에 나선다.

한국기계연구원 금속 3D프린팅융합연구단 이창우 연구단장
한국기계연구원 금속 3D프린팅융합연구단 이창우 연구단장

연구단은 PBF, DED와 ME(Material Extrusion) 방식의 금속 3D 프린팅 장비, 공정, 재료를 개발 중이다. 플라스틱 계열에 적용되던 ME는 주로 노즐 끝에 소재를 녹여서 액체 상태의 플라스틱을 밀어내 적층하는 방식이다. 금속에 ME 방식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고온에서 금속을 녹여야 한다. 고분자인 플라스틱과 달리 금속은 접착력이 약해 금속 3D 프린팅으로의 활용도가 낮다. 그렇지만 연구단은 ME 방식이 PCB 와 같은 전자 재료에 활용도가 높다는 점에 착안해 금속 3D 프린팅에 적합한 ME 방식을 개발했다. 소재가 플라스틱 위로 녹은 상태로 떨어짐으로 생하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연구단은 저융점의 합금소재도 개발했다. 저융점 금속인 납보다 퍼짐성이 좋은 인듐, 주석의 합금체에 구리 등을 첨가했다. 기존 배선 소재보다 전도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한국기계연구원 금속3D프린팅융합연구단 이창우 연구단장은 “금속 3D 프린팅에 ME 방식을 적용하는 건 현재 전세계가 걸음마 수준”이라며 “적합한 산업만 찾으면 우리가 꽤 앞서 갈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적합한 산업 분야 찾아야

“금속 3D 프린팅을 이용해 산업화 하기 위해서는 적합한 산업분야를 찾는 게 우선이다. 어디에 쓰일 것인지를 확실히 해야 거기에 맞는 금속, 공정 조건, 장비 개발 등 적절한 연구를 시작할 수 있다.”

연구단은 PBF 금속 3D 프린팅을 통해 두 가지 산업화 방안을 찾았다. 우선 임플란트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정밀도 높은 PBF 프린터와 티타늄 분말을 개발했다. 국내 시장 규모가 1,800억 원이라는 점, 개인 맞춤형 제작이 필수적이기 때문. 티타늄 분말 역시 임상용으로 승인된 만큼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재료연구소 분말기술연구실 유지훈 책임연구원
재료연구소 분말기술연구실 유지훈 책임연구원

재료연구소 분말기술연구실 유지훈 책임연구원은 “티타늄 분말은 고부가가치 산업에 적합하고, 현재 3D 프린팅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소재”라며 “티타늄 외에도 H13이라 금형강의 합금 조성을 변화시켜 기존의 단점을 보 완하는 분말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방안으로 기존과는 전혀 다른 장비를 개발했다. PBF는 얇게 깐 금속 분말 위로 2차원의 갈바노 미러가 흔들리며 그림을 그리고 나면, 거기에 레이저를 쏘아 금속을 녹인다. 지금까지는 갈바노 미러가 고정돼 있고 영역이 제한적이다 보니 크기가 큰 부품을 프린팅 할 수 없었다. 연구단은 갈바노 미러가 움직이는 장비를 만들었다. 5월 내로 장비셋업이 완료된다.

이창우 단장은 “이 방식은 어디서도 시도해 보지 않은 새로운 방식”이라며 “특히 방산 분야에서 우리 장비의 상용화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실시간 오토트래킹 기능을 갖춘 대형 하이브리드 3D DED 프린팅 장비 (이미지 제공_한국기계연구원)
실시간 오토트래킹 기능을 갖춘 대형 하이브리드 3D DED 프린팅 장비 (이미지 제공_한국기계연구원)

기존 대비 적층 속도를 5배 끌어올린 DED 방식 프린터는 프레스 금형 분야에서 답을 찾았다. 프레스 금형은 판재를 가공하는 금형이다 보니 트리밍 공정으로 칼날이 손상되는 경우가 많다. 이전에는 금형 자체를 버려야 했지만 그 부분만 DED프린팅 해서 재사용하는 방안을 찾은 것. 금속 DED프린터는 CAD 데이터나 복잡한 라인 작업이 없이도 손쉽게 적층이 가능한 실시간 오토트랙 기술도 확보했다.

금형 산업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건 높은 경제성 때문이다. 프레스  금형의 국내 시장 규모는 약 4조 원이다. 세계적으로도 중국 다음으로 규모가큰 만큼 충분한 수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출처:한국기계연구원

출처:한국기계연구원

이 단장은 “금속 3D 프린팅은 최고만 살아남는 게 아니라 나라별 특성에 적합한 산업에 집중하면 누구나 경제성을 가질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어 “DED 방식은 개보수에 최적화된 장비인 만큼 특정 목적에 맞춘 전용기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구단은 오는 7월 연구소 기업을 설립해 인프라와 기술 노하우를 이전한다.

도약을 위해서는….

비교적 후발주자인 한국은 이번 연구개발을 통해 한국형 금속 3D 프린팅 기술이 나아갈 방향성을 발견했다.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한 지 불과 2년여 만의 성과다. 하지만 연구단은 국내 금속 3D프린팅 산업 전반에 아쉬움을 표한다.

우선 제대로 된 DfAM(Design for Additive Manufacturing) 전문가의 부재를 꼽는다. 산업에 금속 3D 프린팅 기술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과 제조에 적합하도록 3D 프린팅을 디자인 해야 한다. 이창우 단장은 “기존의 제조 디자인 방식을 고수하면서 3D 프린팅의 경쟁력이 없다고 말하는 건 DfAM 전문가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훈 연구원도 “제품 성능이 지금보다 향상되기 위해서는 수요 산업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지만, 지금 수요 산업은 선진국의 움직임만 관망하는 상황”이라 고 덧붙였다.

소재 연구의 중요성을 인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상용 금속을 사용하면, 장비의 공정 조건을 변화시켜도 풀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상용 소재가 가지는 한계 때문이다. 유 연구원은 “합금설계를 하다 보면 문제를 풀 수 있는 여지가 많다”며 “원소재에서 답을 찾지 않고 공정에서만 찾다 보니 금속 3D 프린팅 기술 자체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우주 발사체, 무인 항공기, 발전소 부품 개발 등 금속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시장 개척도 새로운 방안으로 제시됐다. 부품 사용의 허가를 우리나라 정부가 갖고 있는 만큼 이 분야에서 수요를 찾아 도전해 보는 것도 발전 방향이 될 수 있기 때문. 한국기계연구원 금속3D프린팅융합연구단 이창우 연구단장은 “짧은 시간 개발부터 사업화까지 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한국형 금속 3D프린팅의 기반이 확실하게 구축됐다”고 말했다. 이어 “힌국의 금속 3D 프린팅 기술 수준이 크게 뒤떨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금속 3D 프린팅 기술의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우리만의 산업 분야를 찾아가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금속 3D 프린팅 특집 기사 모두 보기

① 금속 3D 프린팅을 사수하라
② 이미 활발히 출시 중인 금속 3D 프린터
③ 한국형 금속 3D 프린터가 만든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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