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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기술의 현재, 그리고 미래

지난 9월 13일부터 나흘간 개최된 2017로보월드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로보틱스 혁신을 위한 특별강연이 진행되었다. 이날 국민대학교 김정하 교수와 ZMP의 타니구치 히사시(谷口 恒) CEO는 자율주행 기술의 원리와 개발 동향, 전망 등에 대해 이야기하며 사람들이 갖고 있던 오해를 바로잡고 앞으로의 비전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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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rt Industry, Smart Life’를 주제로 지난 9월 개최된 2017로보월드. 전시회장 한편에서는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특별강연이 진행되어 참관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그런데 로봇 전문 전시회와 자율주행 기술 간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걸까.

일반적으로 자율주행 기술, 하면 자동차를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로봇이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인간의 일을 돕기 위해서는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에 출연해 주목을 모으고 있는 뇌공학자 정재승 교수는 한 인터뷰를 통해 “자율주행차는 지능과 이동성을 갖춘 기계란 점에서 로봇의 범주에 포함할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국민대학교 김정하 교수
국민대학교 김정하 교수

이번 특별강연에서는 자율주행 기술 중에서도 ‘로보틱스 혁신을 위한 자율주행 기술’에 초점이 맞춰졌다. 국민대학교 김정하 교수는 자율주행 기술의 원리와 전망에 대해 이야기하기 앞서, 용어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인자동차 vs 자율주행차

운전자 없이 스스로 주행하는 자동차를 놓고 누군가는 ‘무인자동차’라 하고 누군가는 ‘자율주행차’라고 한다. 보다 생산적인 논의를 위해서는 우선 용어의 의미를 올바르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무인자동차(Unmanned Car)는 운전자는 물론 탑승자 없이 스스로 주행 가능한 차를 가리키는 말이다. 운송이나 군사용으로 쓰일 수 있다.

반면 자율주행차(Autonomous Car)는 직접 운전을 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운전자가 탑승해 있어야한다. 자율주행차에서 운전자는 스스로 운전하고 싶을 경우 운전에 대한 권한을 가져올 수 있으며, 완전한 자율주행차가 아닐 경우 갑작스러운 돌발 상황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 자율주행 택시를 예로 들어보자. 아무도 태우지 않은 채 고객을 향해 이동하는 자율주행 택시는 무인자동차에 해당한다. 하지만 고객이 탑승하면 더 이상 무인자동차가 아닌 것이다.

자율주행의 단계

무인자동차와 자율주행차 간의 구분 외에도 ‘자율주행 기술의 단계’에 대해서도 용어의 통일이 이뤄져야 한다. ‘자율주행차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는 시기’를 주제로 논의할 때, 누군가는 인간의 개입이 필요 없는 완전한 자율주행차를 떠올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돌발 상황에서 인간이 개입해야 하는 조건부 자율주행차를 떠올린다면 이야기가 맞지 않을 것이다.

자율주행 기술의 단계
자율주행 기술의 단계

이에 따라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인 NHTSA(National Highway Traffic Safety Administration)는 자율주행을 0단계부터 4단계까지 총 5개의 레벨로 분류했다. 0단계는 자동화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차량을 가리킨다. 1~2단계 자율주행차는 자동제어기술이 각각 1, 2개 이상 탑재되어 있다.

3단계에 이르면 조건부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자율주행 시스템이 자동으로 운전을 수행하다가 갑작스러운 사고가 발생할 때만 운전자가 개입하는 식이다. 4단계인 완전 자율주행에서는 운전자가 차량 운행에 거의 관여하지 않아도 된다. 이에 따라 완전 자율주행차가 양산될 경우, 핸들과 페달 등으로 이뤄진 운전석의 구성 역시 커다란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3단계 자율주행차 양산, 아직 멀었다

김 교수는 지난 2015년, 전라남도 완도에서 3단계 자율주행차 테스트에 성공했다. 90km 가량의 거리를 자율주행 시스템만으로 주행한 것이다. 하지만 김 교수는 “우리나라 양산 차량의 자율주행 기술은 2.5단계 수준”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는 자동제어기술인 TJA(Traffic Jam Assist)와 HDA(Highway Driving Assist)를 지원한다.

TJA는 복잡한 도로에서 ‘저속’으로 일부 차선을 변경할 수 있다. HDA는 고속으로 주행하는 대신 ‘하나의 차선 내’에서 앞차를 따라 달린다. 종·횡방향 자동제어가 모두 가능하지만 동시에 이뤄지는 것은 힘들다. 차들이 빠른 속도로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차선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것은 일부 최적의 상황에서 가능한 일이다.

김 교수는 “구글을 비롯한 IT 기업들은 곧바로 4단계로 향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세계적으로는 3단계 자율주행차의 양산 시점을 2020~2025년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앞으로는 자율주행 기술의 연구 및 개발과 관련해 SL AM(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 기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SLAM은 로봇이나 자율주행차가 낯선 공간을 돌아다니며 센서를 통해 위치를 측정하고 동시에 해당 공간에 대한 지도를 작성하는 기술이다. 현재 SLAM 기술이 활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청소 로봇이다.

소유에서 공유로

그렇다면 만약 3~4단계 자율주행차가 양산된다면, 우리들의 일상이나 비즈니스 모델에는 어떠한 변화가 찾아올까. 김 교수는 앞으로 자동차는 개인재에서 공공재로 나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렌트카를 이용하려면 차가 주차되어 있는 곳까지 가야 한다. 업체 측에서 차를 갖다준다 해도 렌트카 한 대만 오면 되는 것이 아니라 직원 2명과 자동차 2대가 이동해야 한다. 그러나 완전 자율주행차가 보편화될 경우 자동차가 스스로 고객을 찾아갈 수 있게 된다.

더 나아가 기술 개발로 인해 차량이 딜리버리 되는 속도가 빨라질 경우, 자동차를 굳이 소유해야 할 이유가 줄어들 것이다. 이처럼 자동차가 공공재로 나아간다면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렌트카나 택시, 대중교통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창출될 수 있다.

ZMP의 타니구치 히사시 CEO가 강연을 하고 있다.
ZMP의 타니구치 히사시 CEO가 강연을 하고 있다.

자율주행 택시, 도쿄를 활보하다

이중 자율주행 택시의 경우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ZMP의 자율주행 택시가 2020년 도쿄 올림픽이 개최되는 오다이바(お台場) 지역 곳곳을 다니며 택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ZMP의 타니구치 히사시(谷口 恒) CEO는 “2014년 아이치현을 시작으로 가나가와현, 도쿄도에 이르기까지 주행 테스트 범위를 확대해 왔다”며 “최근에는 도쿄 오다이바 내 닛코호텔과 협력해 자율주행 택시로 호텔 투숙객을 실어 나르기도 했다”고 밝혔다.

ZMP의 RoboCar MiniVan(이미지 출처_ZMP)
ZMP의 RoboCar MiniVan(이미지 출처_ZMP)

ZMP의 자율주행 택시는 차선 변경이나 좌·우회전은 물론 공사 현장과 같이 예상치 못한 교통 상황에 대응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는 오다이바 내에서의 주행이 허가된 상태이지만, 2020년에는 올림픽을 보기 위해 하네다 공항으로 찾아온 관광객들을 자율주행 택시로 오다이바까지 실어 나를 수 있도록 허가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한다.

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자율주행 기술

이외에도 ZMP는 일본의 대형 택시 기업인 히노마루교통과 제휴를 맺기도 했다. ZMP가 히노마루교통에 자사의 자율주행차인 RoboCar를 판매하면, 히노마루교통은 기존의 일반 택시와 RoboCar의 주행 데이터를 ZMP에 보내주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ZMP는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로봇이나 자율주행 기술의 발달에 대해 사람들은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타니구치 CEO는 오히려 반대라고 이야기한다. “자율주행 기술이 일자리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점차 심화되는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 필요한 것”이라고. 실제로 도쿄의 경우 최근 5년간 택시 운전자의 수가 20% 감소했으며, 이에 따라 5만 대의 택시 가운데 23%가 차고에 잠들어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ZMP는 히노마루교통을 비롯한 여타 택시 기업들과 함께 자율주행차 도입을 위한 연구회를 열고 있다. 타니구치 CEO는 “운전자의 부족한 점을 자율주행차가 보완함으로써 택시 요금은 저렴해지고 택시 산업 역시 성장산업으로 거듭날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는 자율주행 기술

또한 ZMP는 물류창고나 제조 현장 등에서 활용 가능한 운반로봇 CarriRo를 선보였다. 손수레처럼 생긴 CarriRo는 작업자가 몸에 지닌 단말기 내 비콘(Beacon)을 추적해 그 뒤를 따른다. 비콘은 저전력 블루투스를 활용한 근거리 통신 기술로, 음료를 주문한 뒤 매장 근처에 들어서면 음료 제조가 시작되는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나 제휴 매장 곁을 지날 때마다 할인 쿠폰이나 세일 정보 등을 보내주는 ‘시럽’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제법 친숙해진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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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로보월드 내 TES 부스에서 이송로봇 CarriRo를 실제로 볼 수 있었다. 비콘이 적용된 단말기를 추적함으로써 작업자를 따라 이동한다.
2017로보월드 내 TES 부스에서 이송로봇 CarriRo를 실제로 볼 수 있었다. 비콘이 적용된 단말기를 추적함으로써 작업자를 따라 이동한다.

손수레 형태의 CarriRo에 택배 박스를 달아 일반 도로를 달릴 수 있도록 만든 것이 배송로봇 CarriRo Delivery다. 일본의 음식 배달 산업은 연간 10~15%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배달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에 ZMP는 일본의 초밥 배달 기업인 긴노사라(銀のさら)와 제휴를 맺고 CarriRo Delivery로 초밥을 배달하는 실험에 나섰다.

이외에도 ZMP는 소니(Sony)와의 합작회사인 에어로센스(Aerosense)를 통해 드론과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한 계측 및 설계도면 작성 솔루션을 선보였다.

About 송해영 기자

제조업이 꼭 어려울 필요 있나요? 쉽지만 깊은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