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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특집 ②] 경량화, 선택 아닌 필수

매년 여름과 함께 찾아오는 것이 있다. 바로 다이어트에 대한 고민이다. 더 멋있어 보이고 싶어서, 혹은 건강을 위해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무언가에 쫓기기라도 하듯 다이어트를 단행한다. 그런데 자동차를 비롯한 수송기기 역시 다이어트를 강요받고 있다는 사실, 알고 있었는가. 실제로 최근 출시된 고급 차량을 살펴보면 5년 전 출시된 동급 모델에 비해 무게가 100kg 가량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항공기 역시 예외는 아니다. 수송기기 제조 분야에 불어닥친 다이어트 열풍,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온실가스 배출 규제 강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기후변화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의 강화’다. 2015년 12월 파리기후협정이 채택된 이후, 세계 각 국가들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먼저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꼽힌 것은 수송기기, 특히 자동차였다.

2010년 국내 이산화탄소 배출 현황(자료: 한국자동차협회)
2010년 국내 이산화탄소 배출 현황(자료: 한국자동차협회)

한국자동차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에서는 총 6억 7,00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었다. 이중 수송기기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이 16.3%(1억 921만 톤)의 비중을 차지한다. 수송기기 중에서는 자동차가 대부분(85.1%, 9,293만 톤)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에 대한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는 점점 강화되는 추세다. 계획에 따르면 2020년까지 2015년 대비 평균 25% 이상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킬 필요가 있다. 이처럼 강화되는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하이브리드카나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차량에 대한 연구 및 개발과 함께 기존의 철강 소재를 대체할 경량화 소재 기술의 적용이 증가하는 추세다.

‘자원 절감’에 대한 필요성 역시 경량화 소재 기술 개발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연비 향상 문제는 특히 항공 산업에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20년부터 2040년까지 항공기의 연비를 2~3% 가량 향상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자동차 산업 또한 1970~80년대에 걸친 두 번의 오일쇼크를 계기로 연비 향상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어떻게 경량화하나?

수송기기의 무게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는 설계 최적화와 소재기술 개발이 있다. 여기서는 소재기술 개발을 통한 경량화를 중점적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경량화의 관건은 바로 소재의 밀도(density)다. 철의 밀도는 7.874g/cm3이다. 대표적인 경량화 소재인 알루미늄의 밀도는 2.70g/cm3이며, 마그네슘과 타이타늄의 밀도는 각각 1.738g/cm3, 4.54g/cm3이다. 이들 소재로 동일한 크기의 판재를 만들었을 때 철로 만든 것보다 알루미늄으로 만든 것이 더 가벼운 것은 밀도의 차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동차의 모든 부품을 알루미늄이나 마그네슘으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강도(strength) 또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경량화 소재기술에 대한 연구 및 개발은 베이스가 될 소재를 결정한 다음 합금 또는 열처리와 같은 후처리를 통해 강도를 높이는 식으로 이뤄진다. 합금(alloy)은 베이스가 되는 금속에 합금원소를 첨가함으로써 강도나 가공성, 내식성 등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재료연구소 금속재료연구본부 경량금속연구실 김수현 책임연구원
재료연구소 금속재료연구본부 경량금속연구실 김수현 책임연구원

열처리(heat treatment)*는 가열이나 냉각 등을 통해 소재의 특성을 개량하는 공정이다. 열처리에는 가공 또한 포함된다. 재료연구소(KIMS) 경량금속연구실 김수현 책임연구원은 “알루미늄, 타이타늄, 마그네슘 등 베이스가 되는 소재가 결정되면 합금의 경량화 정도 역시 결정된다. 다음으로는 다양한 종류의 합금원소를 첨가해 강도를 높이는데, 강도를 향상시키는 것에도 한계는 존재한다”고 이야기했다.

열처리의 종류
풀림(annealing): 일정 온도에서 가열한 뒤 천천히 냉각하는 것. 가공 경화 효과를 제거하 고 조직을 미세화 한다.
불림(normalizing): 강을 고온에서 가열해 조직을 오테나이트화 한 뒤 공기 중에서 냉각 하는 것.
담금질(quenching): 강을 오스테나이트 상태에서 급냉하여 마르텐사이트로 바꾸는 것. 필요에 따라 뜨임과 병행한다.
뜨임(tempering): 담금질한 마르텐사이트 조직은 경도가 높으므로 조직과 기계적 성질 을 안정화하기 위해 다시 열처리를 한다. 담금질한 조직의 잔류응력을 줄여 필요한 상태 를 유지시키는 방법으로, 마르텐사이트를 분해해 페라이트와 시멘타이트로 변화시킨다.

경량화를 위한 다양한 소재

수송기기 경량화 소재기술 연구의 초점은 철에서 알루미늄, 마그네슘, 타이타늄, CFRP 순으로 이동해왔다. 초기 자동차에서 대부분의 부품은 철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1970~80년대에 걸쳐 두 번의 오일쇼크를 겪은 뒤 자동차 업계는 연비 향상을 위한 새로운 소재를 찾아 나섰다. 업계에서 주목한 것이 바로 알루미늄이다. 알루미늄은 가벼우면서도 가공성이 높아 엔진, 트랜스미션, 도어, 범퍼 등 다양한 부위에 활용되고 있다.

마그네슘은 구조재료 중 가장 낮은 밀도를 자랑하며 자원이 풍부해 자전거, 카메라, LED 조명, 항공기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국제마그네슘협회는 전 세계 마그네슘 시장이 매해 평균 7.1% 성장하며 2018년에는 세계 마그네슘 수요가 584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타이타늄은 밀도가 4.54g/cm3으로, 여타 경량 금속에 비해 가벼운 편은 아니다. 또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알루미늄이나 마그네슘에 비해 강도가 월등히 높으며 내식성과 인체친화성이 좋아 주로 항공기에 활용된다.

최근 소재기술 연구 분야에서 주목하고 있는 소재는 CFRP(carbon fiber reinforced plastics),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이다. 아크릴 섬유에 특수 열처리를 가해 만드는 CFRP는 무게가 철의 절반, 알루미늄의 70% 가량에 불과하면서도 강도는 철보다 10배 뛰어나다. 하지만 가격 부담이 큰 탓에 아직은 항공기 동체에 주로 쓰이고 있다. 가격 외의 아쉬운 점에 대해 김 책임연구원은 “CFRP는 제조 공정의 특성 상 금속 소재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진다. 또 CFRP는 강도와 강성, 피로특성이 좋지만 충격에 약하다. 따라서 여타 금속은 충격을 받으면 찌그러지는 반면, CFRP는 부서지는 특성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자료: Lightweight Materials Market, 「Global Trends & Forecasts to 2019」 주: 2018년 수치는 성장률을 토대로 추정
자료: Lightweight Materials Market, 「Global Trends & Forecasts to 2019」
주: 2018년 수치는 성장률을 토대로 추정

그렇다면 경량화를 위해 앞으로는 어떤 소재에 대한 연구가 이뤄질까. 김 책임연구원은 하이 엔트로피 엘로이와 다공질 금속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외에도 재료연구소에서는 타이타늄의 단점을 보완한 플렉시블 타이타늄을 개발해 최근 기술이전을 마쳤다.

문제는 불안정한 시장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점차 엄격해지면서 경량 금속 소재를 포함한 세계 비철금속 시장의 규모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수송기기의 경량화와 관련 있는 알루미늄, 마그네슘, 타이타늄 시장은 6~9%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현황은 어떨까. 김 책임연구원은 “R&D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높은 수준의 연구 결과와 다양한 사례를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연구 결과를 상업화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우선 시장의 규모가 크지 않으며, 그나마도 외국계 소재 기업들이 장악하다시피 한 상태”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6년 8월, 경량 소재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 ‘9대 국가전략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해당 프로젝트에서는 타이타늄 소재의 국산화와 알루미늄 합금의 양산을 위한 기술 개발 등에 대한 지원이 이뤄진다.

About 송해영 기자

제조업이 꼭 어려울 필요 있나요? 쉽지만 깊은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