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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공작기계의 진화 ①] 머신 사피엔스로 진화를 시작하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 : 손재주가 있는 사람), 호모 에렉투스 (Homo erectus : 직립보행을 하는 사람), 호모 사 피엔스(Homo sapiens : 지혜로운 사람)의 단계를 거쳐 현재의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 : 지혜롭고 지혜로운 사람) 형태에 이른 인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은 지금 디지털 시대의 신인류, 호모 디지쿠스 (Homo digicus)로의 또 다른 진화를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진화란 무엇인가. 영국의 생물 학자 다윈은 ‘생물이 그 장소와 환경에 알맞은 다른 종류의 생물로 변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진화는 비단 생물만이 전유하는 것은 아니다. 사물의 발전 역시 진화와 다를 것이 없다. 모든 사물은 환경적, 시대적 요구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

기계를 만드는 기계라는 의미에서 Mother Machine이라고도 불리는 공작기계는 금속 가공 분야의가장 중요한 생산 수단으로, 산업 환경의 발전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하는 중이다. 정보와 지적 자산의 중요성이 커진 디지털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는 공작기계에도 머신 사피엔스, 머신 디지쿠스로 또 다른 진화를 요구하고 있다.

성능 향상 위주의 1차 진화

1차 산업혁명이 일어난 18세기 후반, 증기기관의 실린더 및 피스톤 가공을 위해 존 윌킨슨(John Wilkinson)이 개발한 보링 머신은 최초의 공작기계다. 이 때의 공작기계는 사람의 손으로 직접 공구를 조작하는 형태로, 전적으로 작업자의 능력에 의존해야 했기 때문에 정밀도는 물론이고 생산성까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것이 20세기 중반 NC(수치제어) 공작기계 등장으로 변곡점을 맞이했다.

초기 공작기계의 모습(이미지 출처 – Wikimedia Commons)
초기 공작기계의 모습(이미지 출처 – Wikimedia Commons)

“공작기계의 수요가 증가함과 아울러 더 복잡하고 다양한 부품에 대한 가공성 및 정밀도 향상의 필요성이 커졌다. 결정적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복잡한 형상의 전투기 부품과 검사용 게이지의 고정밀 가공 문제가 대두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NC 공작기계가 개발되었다.”

한국기계연구원 초정밀시스템연구실 책임연구원 박종권 박사는 NC 공작기계, 그리고 현재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CNC(컴퓨터 수치제어) 공작기계로의 진화에 따라 그 가공성과 정밀도가 획기적으로 향상되었다고 설명했다. CNC 공작기계는 수동 공작기계와 비교해 작게는 5배, 크게는 10배까지 가공 속도나 재현성, 정밀도가 향상되었다. 특히 정밀도의 측면에서 100mm 크기의 공작물을 가공한다고 가정했을 때, NC 이전에는 0.1mm 정도였던 정밀도가 지금은 0.01mm이하까지 보장된다고. 또, NC 개발 이후에는 수동 공작기계에서 불가능 했던 3차원 곡면 가공이 가능해졌는데, CNC 공작 기계는 3차원 곡면 가공에서도 1μ( 1/1000mm) 내지 서브마이크론 이하의 정밀도를 낼 수 있다.

보다 정밀하고 빠른 가공이 가능한 CNC 공작기계
보다 정밀하고 빠른 가공이 가능한 CNC 공작기계

박 박사는 “NC 개발 이전의 공작기계와 현재의 CNC 공작기계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현격한 성능 차이를 가지고 있다”며 “NC 기술 도입 초기에 장인 정신을 강조하는 일본 도쿄의 모노즈쿠리 단지에서는 기계 가공 장인들의 가공 기술을 NC가 절대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고 무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던 때도 있었다. 헌데 지금은 CNC 공작기계가 공장 곳곳에 자리하고 있고, 장인들의 기계 가공 기술은 오히려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공작기계의 기계적 성능 향상 정도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변화하는 시대, 변화하는 공작기계

“이후 공작기계의 가공 속도와 정밀도, 품질 신뢰성과 유지보수의 용이성은 꾸준히 공작기계에 요구되어 왔다. 공장 자동화가 진행되기 시작하면서 기계간 공작물의 이송이 중요한 문제로 떠오름에 따라 로봇, 갠트리로더, APC 등 주변장치 기술의 발전이 요구되었고, 아울러 연속적인 가공 공정을 위해 자동 측정 기능 및 가공 모니터링 등에 관한 기술도 필요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각종 센서 기술을 기반으로 공정 및 장비의 현 상태를 빠르게 감지하고 작업자에게 인지시켜 가공 오류와 장비 파손 등의 문제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IT 융합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 박종권 박사는 2011년 대한민국 과학기술 훈장을 수훈하고 2015년 올해의 공작기계인으로 선정되는 등 한국공작기계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바 있다.
한국기계연구원 박종권 박사는 2011년 대한민국 과학기술 훈장을 수훈하고 2015년 올해의 공작기계인으로 선정되는 등 한국공작기계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바 있다.

박종권 박사는 공작기계 기술 발전의 흐름을 크게 세 단락으로 분류했다. 2000년대 이전의 기계적 성능 향상 위주의 발전, 2000년부터 2010년까지의CAD,CAM 등 가공 소프트웨어 위주의 발전, 그리고 현재의 ICT 융합 기술로의 발전이다. 최근 내로라하는 메이저 공작기계 제조사들은 데이터 수집, 전송, 처리, 제어 기술부터 시작해 4차 산업혁명 개념의 등장 이후 주목받고 있는 핵심 기술인 사물인터넷, AI(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스마트 공작기계 및 스마트공장 관련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CNC 제조 기업인 화낙(FANUC)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스마트공장 환경 구현에 적극적으 로 나서고 있는 기업인데, FIELD System 역시 그 노력 중 하나다. FIELD System은 엣지 컴퓨팅 기술을 활용하여 CNC 장비, 로봇, 센서 등 공장 자동화 하위 레벨에서부터 지능화 및 스마트화를 실현하겠다는 콘셉트의 스마트공장 플랫폼이다.

화낙의 FIELD System (이미지 출처 - FANUC)
화낙의 FIELD System (이미지 출처 – FANUC)

박 박사는 “공작기계도 전체 시스템 네트워크 내에서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지능적 자율 에이전트로 성장할 것이다. 기존과 같이 폐쇄회로에 따른 제어를 수행하는 것을 넘어, 실시간 상태를 지속적으로 해석하고 상황에 맞는 목표를 설정하여 그 차이를 자율적으로 보상하는 장비로 진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공작기계는 학습 기능을 가지고 스스로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인지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며, 이를 위해선 상황 인지를 위한 스마트 센서, 지능화를 위한 인간 사고 프로세스 모델링, 인지 에이전트(Cognitive Agent)화 되어 최적의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해주는 협업 기능 등이 스마트 공작기계 구현의 핵심 ICT기술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에서도 관련 연구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으로, 한국기계연구원 주관으로 수행 중인 국책과제 ‘ICT 기반 스마트 공작기계 및 유연 자동화 시스템 기술 개발’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겠다.  2015년 12월부터 수행 중인 해당 과제는 ICT 기술을 기반으로 무인 가공 효율 90% 이상의 다품종 소량 정밀 금형 가공기와 96시간 무인 가공 운전이 가능한 유연 자동화 시스템 개발을 골자로 하고있다. 과제 목표 달성을 위해 핵심 기술인 센서 기반의 인공지능 기술, 빅데이터 플랫폼, 무인 가공 공정 자동화·최적화 기술, 스마트 툴링 기술 등 스마트 가공 및 스마트공장 실현을 위한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산업 환경 변화에 발맞춘 공작기계의 새로운 진화는 시작되었다. 지금부터는 이 같은 변화에 발빠르게 나선 세계 주요 공작기계 제조사들의 사례를 통해 진화된 공작기계의 모습은 어떠할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About 김솔 기자

다양한 취재 경험을 살려 여러분께 읽고 싶은 기사, 재미있는 기사 보여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