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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뿌리기술 특집 ➂] 융합으로 이루는 첨단화

앞서 제조인들의 고민을 해결하는 첨단 뿌리기술에 대해 살펴봤다. 그런데 ‘첨단’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많은 사람들이 ‘첨단’을 진보된 (advanced) 것 또는 발달한(developed) 것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첨단은 뾰족한(尖) 끝(端), 즉 커팅 에지(cutting edge)다. 커팅 에지는 절삭날을 가리키 기도 하지만, 무언가를 잘랐을 때 나타나는 절단면을 이르기도 한다. 사과를 반으로 자르면 하얀 절단 면이 드러난다. 이 절단면은 처음 보는 것이다. 이전에는 사과를 자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첨단,즉 커팅 에지는 이미 개발을 마친 영역이 아니라 아직 누구도 개발하지 않은 황무지와 같은 것이다.

 

더 많이 융합할수록 첨단은 가까워진다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 이상목 센터장은 “첨단은 두개 이상의 분야(discipline)가 만날 때 이뤄지는 접점”이라고 이야기했다. 동그라미 두 개를 일부가 겹치도록 그리면 네 개의 접점이 나온다. 세 개를 그리면 접점은 여섯 개로 늘어난다. 이 때 생기는 첨단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미지의 분야다.

첨단은 두 개 이상의 분야가 만날 때 이뤄지는 접점이다. 더 많은 분야를 융합할 수록 첨단의 수 역시 증가한다.
첨단은 두 개 이상의 분야가 만날 때 이뤄지는 접점이다. 더 많은 분야를 융합할 수록 첨단의 수 역시 증가한다.

뿌리기술과 빅데이터의 융합을 예로 들어보자. 최근 기술 발달로 인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있게 되면서 뿌리산업에 빅데이터를 접목하려는 시도가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누군가에게 뿌리기 술과 빅데이터 간 융합은 이미 ‘현실’의 영역에 자리한 문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 많은 기업들이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모른 채 발만 구르고 있다. 뿌리산업에서의 빅데이터는 아직 많은 발전 가능성을 품고 있는 첨단 기술인 것이다.
3D 프린팅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3D 프린팅의 가능성을 높이 사고 있다. 앞으로는 힘들여 쇳물을 붓고 금형을 깎지 않아도 될 것이라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컴퓨터가 3,000여 년에 이르는 종이의 역사를 단번에 끝낼 수 없는 것처럼 전통 뿌리기술은 3D 프린팅과 공존해 나갈 것이다. 아니, 융합을 통해 3D 프린팅이 뿌리기술의 일부로 편입될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자동설계, 시뮬레이션, 자동화 등도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이상목 센터장은 “만약 뿌리산업에 8,000개의 기술이 있다면 3D 프린팅은 8,001번째 기술이 되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3D 프린팅이 많은 관심을 모으는 것은 제조 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안정궤도에 접어든 소프트웨어

뿌리기술과 소프트웨어의 접점으로는 대표적으로 CAD와 CAE를 들 수 있다. 그 중에서도 CAD의 경우, 최근에는 오히려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지 않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보편적인 솔루션으로 자리잡았다. 문제는 ‘현장에서의 활용’이다. 이와 관련해 인하공업전문대학 기계설계과 정태성 교수는 최근 금형 산업 현장에서는 ‘자동설계’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본지 역시 금형 자동설계에 대해 다뤄달라는 독자들의 의견을 드물지 않게 받아왔다. 그렇 다면 왜 자동설계일까. 금형 중에서도 사출금형은 2000년대 초반 부터 3차원 금형 설계가 보편화되어 AUTO CAD 등의 자동화 설계 프로그램이 개발 및보급되었다. 더불어 최근에는 프레스금형 역시 3차원 설계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때 금형 분야에 자동설계가 보편화될 경우 설계 시간과 함께 불량률을 줄이고, 설계 표준화를 이룰 수 있다. 또 숙련도가 낮은 설계자의 업무 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자동설계는 금형 분야의 인력난을 해결할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태성 교수는 “문제는 기존의 2차원 도면을 요구하는 공정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라며 “이에 따라 설계자는 3차원 모델링을 수행하는 동시에 2차원 도면 작업 역시 완전히 도외시할 수 없어 일을 두 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는 제조 공정 혁신을 통해 제조 과정에서 3차원 모델링 정보를 바로 활용하는 식으로 업무 부담을 덜고 있다. 또 설계 소프트웨어가 제조 과정에 필요한 정보를 자동으로 추출해주거나 간단한 도면은 자동으로 생성하는 단계까지 발전하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는 설계 지식을 기반으로 설계자의 오류를 미리 잡아내고, 적절한 설계 방안까지 제시하는 설계의 지능화 단계로 나아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금 금형 업계에서 요구하는 것은 설계 자동화의 고급화, 즉 설계의 지능화다." - 인하공업전문대학 정태성 교수
“지금 금형 업계에서 요구하는 것은 설계 자동화의 고급화, 즉 설계의 지능화다.” – 인하공업전문대학 정태성 교수

뿌리공정의 해석 역시 합리적인 가격의 국산 솔루 션이 보급되면서 안정적인 궤도에 접어들고 있다. 단조의 경우 생산하고자 하는 제품의 수량에 따라 단수를 적절히 조절해 비용을 효율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에는 경험이 풍부한 일본 은퇴 엔지니어를 데려와 공정 설정을 의뢰했지만, 최근 단조 해석 소프트웨어의 성능이 높아지면서 노하우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었다.
주조 역시 해석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추세다. 특히 주조는 높은 온도로 가열해 액체 상태로 용융시킨 금속 소재를 주입해 형상을 만드는데, 액체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유체 해석은 강체 해석에 비해 높은 기술 수준을 요구한다. 이에 애니 캐스팅에서는 컷셀(Cut-Cell) 기법과 다공성 물질 (Porous Media) 기법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기법을 통해 해석의 정확도를 높였다.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의 순풍에 올라탄 3D 프린팅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mass custo mization)과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올라타 순풍에 돛 단 듯 기세를 높이는 3D 프린팅. 제조업에서 3D 프린팅은 절삭가공의 단점을 보완하는 수단 정도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3D 프린팅은 뿌리기술 과의 융합을 통해 뿌리산업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잠재력을 품고 있다.

3D 프린팅을 통한 주조 공정의 효율화
지금까지 주조 공정을 통해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품과 주조 방안을 설계한 뒤, 공정해석 소프트 웨어를 활용해 주조 및 응고를 시뮬레이션 했다. 그결과가 만족스러울 경우 위아래 주형과 중자(core)를 만든 뒤 합형한 주형에 쇳물을 붓고, 쇳물이 식으면 부서진 중자를 털어내 제품을 만들었다. 그런데 주형을 3D 프린터로 만든다면 패턴과 중자를 제작 하는 과정을 생략할 수 있어 제작 기간이 크게 줄어 든다. 실제로 기존 주조 공정에서 십수 개의 목형을 사용해 만들던 제품도 3D 프린터를 활용하면 상판과 하판 두 개의 주형만 있으면 된다.

주형을 가공하기 전 화면을 통해 설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좌), 센트롤의 산업용 주물사 3D 프린터로 주형을 적층가공하는 모습(중), 기술자가 3D프린터로 제작한 위아래 주형을 붙이고 있다(우).
주형을 가공하기 전 화면을 통해 설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좌), 센트롤의 산업용 주물사 3D 프린터로 주형을 적층가공하는 모습(중), 기술자가 3D프린터로 제작한 위아래 주형을 붙이고 있다(우).

우리나라에서는 센트롤이 산업용 주물사 3D 프린터를 최초로 선보였다. 센트롤의 주승환 부회장은 “일본의 경우 유수의 자동차 기업들이 주조 공정에 3D 프린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며 “국내 뿌리기업 역시 디지털 패브리케이션(Digital Fabrication)을 통해 제조 혁신을 이룬다면 높은 경쟁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Materialise의 적층가공을 위한 CAM소프트웨어 Magics(좌)와 해당 데이터를 기반으로 적층가공한 임펠러 패턴(우).
Materialise의 적층가공을 위한 CAM소프트웨어 Magics(좌)와 해당 데이터를 기반으로 적층가공한 임펠러 패턴(우).

3D 프린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전용 CAM 소프트웨어를 갖춰야 한다. Materialise의 3D 프린팅을 위한 CAD 소프트웨어 Magics는 다양한 3D 프린터와 결합되어 제공된다. 실제로 터빈이나 밸브 압축기 등을 제작하는 기업인 RP CAST는 Magics를 활용해 마스터 파트의 3D 모델링을 제작한 다음 아크릴 계열의 재료로 파트를 출력했다. 나머지 과정은 일반 주조 공정과 동일하다. 이를 통해 왁스 패턴 제작을 위한 금형 절삭 작업을 생략할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을 절약했다.

3D 프린팅은 금형을 대체할 수 있을까?
최근 3D 프린터가 형상을 적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고 적층 가능한 소재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사람들은 묻는다. “3D 프린팅이 금형을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전문가들의 대답은 ‘아니오’다. 정태성 교수는 “3D 프린팅은 고가의 제조설비를 갖추지 못한 이들 역시 아이디어를 구체화할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구체화된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할 경우 3D 프린팅은 금형의 경쟁력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3D 프린팅은 금형 분야의 패러다임을 바꿀 잠재력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금형은 양산을 목적으로 했기 때문에 ‘수명’이 가장 큰 이슈였다. 하지만 다품종 소량생산이 보편화된다면 금형의 수명은 지금보다 낮아져도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다. 트렌드를 좇아 빠르게, 싸게 만드는 것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미뤄본다면 3D 프린팅은 금형이 아니라 기존 절삭가공을 일부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정태성 교수는 “지금은 자본을 갖춘 일부 기업에 의해 제품이 개발 및 양산되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이러한 제품을 맹목적으로 구매하고 있다”며 “하지만 앞으로는 3D 프린팅 등을 활용해 보다 손쉬운 방법으로 제품의 성공 가능성을 평가하고 금형으로 상용화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뿌리기업에 번지는 자동화의 물결

제조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IT 기술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소재의 조직이나 물성 변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 소프트웨어이며, 두 번째는 현장 내 장비를 가동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마지막이 자동화된 장비와 장비, 장비와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솔루션이다. 스마트공장은 네트워크 솔루션을 활용해 앞서 이야기한 두 가지 IT 기술과 현장 내 장비, 그리고 사람을 연결한 제조 현장을 가리킨다.
최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뿌리기업에도 스마트공장의 물결이 들이닥쳤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청과 민관합동 스마트공장추진단,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는 뿌리기업의 공정자동화 및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에 나섰다.

 스마트공장에 대한 뿌리기업의 높은 관심
민관합동 스마트공장추진단에 따르면 2015년 9월 기준 스마트공장 구축이 완료된 제조기업 가운데 뿌리기업의 비중은 17.9%다. 이를 분야별로 살펴보면 표면처리 기업이 4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 했으며, 금형이 22%로 그 뒤를 이었다. 소성가공, 주조, 열처리가 그 뒤를 이었으며 용접 및 접합이 3%로 가장 낮은 비중을 차지했다. 다만 용접 및 접합은 독자적인 산업으로 존재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g_6-01 전체 제조기업 가운데 뿌리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7.6%로 나타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뿌리기업의 스마 트공장에 대한 관심은 높은 편인 것으로 보인다. 민관 합동 스마트공장추진단의 배경한 부단장은 “특히 주조 기업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뿌리기업에 스마트공장을 도입하는 데 있어 애로사항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기술력도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일부 업종은 스마트공장 구축을 방해하는 조건을 갖고 있다. 스마트공장 구축 시, 물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제품에 센서 또는 RFID를 부착한다. 하지만 표면처리, 그중에서도 도금 공정에서는 제품에 센서나 RFID를 부착하기가 힘들다. 부착한다 하더라도 도금을 마치면 센서나 RFID가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스마트공장 보급사업을 통해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한 새한진공열처리. 생산계획률이 크게 향상되었으며 불량률은 70%이상 개선되었다.
스마트공장 보급사업을 통해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한 새한진공열처리. 생산계획률이 크게 향상되었으며 불량률은 70%이상 개선되었다.

 스마트공장의 목표
스마트공장을 구축하는 목적으로는 많은 이들이 ‘생산성 향상’과 ‘코스트 절감’을 꼽는다. 이에 대해 배경한 부단장은 “효율 향상에서더 나아가 스마트공장을 통해 적극적인 정보 시스템, 즉 마케팅에 활용 가능한 정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스마트 공장은 정보 수집 및 분석을 통해 신제품 개발 과정에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맨홀 뚜껑만을 만들어오던 한 주조 회사는 스마트공장 구축을 통해 주조로 생산 가능한 신제품을 추가로 개발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했다.

"스마트공장을 통해 마케팅에 활용 가능한 정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스마트공장은 다름 아닌 돈을 벌기 위한 시스템이다." - 민관합동 스마트공장추진단 배경한 부단장
“스마트공장을 통해 마케팅에 활용 가능한 정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스마트공장은 다름 아닌 돈을 벌기 위한 시스템이다.” – 민관합동 스마트공장추진단 배경한 부단장

또 다른 기업은 엔저로 인한 손해를 메우기 위해 스마트공장을 도입했다. 해당 기업은 자사의 장비 가동률이 70~80%라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MES를 통해 분석한 결과 실제 가동률은 40%에 지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적극적으로 추가 수주를 받아 엔저로 인한 손실을 만회했다. 배경한 부단장은 “스마트공장은 궁극적으로 기업의 마케팅 파워를 강화하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About 송해영 기자

제조업이 꼭 어려울 필요 있나요? 쉽지만 깊은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