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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4차 산업혁명 ①] 한국, 길 잃은 패스트 팔로어

지난해 제조업계를 휩쓴 핫이슈를 꼽으라면 단연 ‘4차 산업혁명’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제조 침체, 위기 의식이 만연해 있는 상황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4차 산업혁명. 이에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은 유행처럼 번졌고, 세계 각국에서 4차 산업혁명 추진에 관한 구체적인 전략까지 내놓게 되었다.
이에 MFG에서도 지난 7월부터 독일을 시작으로 일본, 중국, 미국의 제조 혁명 전략을 깊이 있게 다루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이제는 한국의 혁명 전략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뤄볼 차례다. 한국의 4차 산업혁명은 지금까지 어떻게 이어져왔으며, 실제 이를 추진할 제조인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또한 현재 추진 중인 전략의 결실이 있는지도 찾아 보았다. 과연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판에서 한국이 꺼내들 패, 그 히든카드는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고성장 시대는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막을 내렸다.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1998년(-5.5%)을 제외하고 꾸준히 플러스 성장세를 보였지만, 사람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을 견인하던 공산품 수출 역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경기 침체. 많은 이들이 주목한 것은 바로 ‘제조업’이었다.

침체되는 경기, 그 답을 제조업에서 찾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0~2015년 우리나라 GDP 가운데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8.5%로 나타났다. 1960년대(5.9%), 1980년대(16.8%)와 비교하면 그 비중은 꾸준히 큰 폭으로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제조 강국인 독일과 미국 역시 GDP 대비 제조업의 비중이 30% 수준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우리나라 역시 제조업이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제조업의 부가가치는 1970년대 18.0%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점점 하락해 2010년대에는 5.2%까지 내려앉았다.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마침 독일, 미국, 일본 등 내로라하는 제조 강국들이 앞다퉈 제조업 부흥 전략을 내놓았다. 그 결과는 제법 성공적이다. 2012년 0.4%, 2013년 0.1%를 기록하며 정체를 보이던 독일의 GDP 증가율은 인더스트리 4.0(Industrie 4.0)을 추진하면서 2014년에는 1.6%로 대폭 상승했다. 미국 역시 경기 부흥의 답을 제조업에서 찾고 2010년부터 리메이킹 아메리카(Remaking America)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리메이킹 아메리카의 주요 내용은 신기술을 제조업에 접목시켜 생산성을 높이고, 기술창업을 지원하며, 해외로 이전한 공장을 재유치하는 것이다. 실제로 애플, GE, 포드 등 유수의 기업들이 본국으로의 귀환을 단행했으며, 2010년 이후 제조업 부문에서만 64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었다.

침체되는 경기, 그 답은 제조업에 있는 것이 자명했다. 우리나라만 뒤처질 수는 없었다. 이에 정부는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선보였다.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다운 행보였다.

제조업 혁신 3.0 전략

2014년 6월 발표된 ‘제조업 혁신 3.0 전략’은 경공업 중심의 발전 전략(1.0)과 조립 및 장치산업 중심의 추격형 전략(2.0)에서 한발짝 나아가 융합 신산업 중심의 선도형 전략을 전개할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융합형 신(新)제조업 창출, 주력산업의 핵심역량 강화, 제조혁신기반 고도화, 해외진출 촉진이라는 네 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당시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제조업 혁신이 이뤄질 수 있을까, 걱정의 눈빛을 보내던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의 전망은 낙관적이었다. 지멘스의 독일 암벡 공장이나 다기능 로봇을 활용한 테슬라의 지능형 유연생산 공장과 같은 사례는 해외 중에서도 일부 선진 기업에 국한된 사례라는 것이다. 따라서 세계 일류 수준의 제조업 생태계와 IT 기반을 보유한 우리나라가 인력과 기술을 적재적소에 활용해 대비한다면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스마트공장 확산’은 제조업 혁신 3.0 전략의 핵심적인 추진 과제 중 하나다. 정부는 스마트공장을 ‘전자 태그(RFID), 감지기능(센서), 증강현실 등의 정보통신기술이 결합된 공장’으로 정의하고 참조 매뉴얼을 개발하는 등 스마트공장 확산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정부는 스마트공장을 보다 효율적으로 보급하기 위해 각 기업을 현장자동화, 공장운영, 기업자원 관리, 제품개발, 공급사슬 관리 분야의 IT 활용 정도 및 역량에 따라 위 표와 같이 기초-중간1-중간2-고도화의 네 등급으로 분류하고 각 수준에 알맞은 지원책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방향 제시, 구축 지원, 확산기반 마련의 3대 핵심영역에 집중해 2020년까지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1만 개의 스마트공장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청,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 지역별 테크노파크 등 다양한 기관에서 스마트공장 보급 관련 지원사업을 선보이고 있다. 지원사업에는 현장 진단, 장비 구입 자금 및 컨설팅 지원 등이 있다. 특히 대한상공회의소는 스마트공장운영팀을 구성해 본격적인 지원에 나섰으며, 2014년에는 주조, 금형, 부품조립 등 10개 업종별 ‘스마트공장 참조모델’을 개발하고 솔루션 공급업체 75개사를 모집했다. 스마트공장 참조모델은 업종별 스마트공장 모델뿐만 아니라 각 스마트공장 수준에 따른 정의 등도 제시하고 있어 스마트공장을 구축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참고할 수 있다.

연결, 표준에서 시작된다

스마트공장의 또 다른 정의는 ‘4차 산업혁명을 실현하는 기술, 즉 인에이블러(enabler)로 구성된 유기체’다. 그런데 서로 다른 인에이블러들이 생산 현장에서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 연결 및 호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전제가 바로 ‘표준’이다. 때문에 스마트공장 관련 기관 및 단체에서는 스마트공장 보급을 서두르는 한편, 표준 제정과 확산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왔다.

지난해 2월에 개최된 ‘스마트공장 표준화 성과 및 추진전략’ 심포지엄에서 발표 중인 산업기술평가관리원 이규택 PD

지난해 2월에 개최된 ‘스마트공장 표준화 성과 및 추진전략’ 심포지엄 역시 이러한 노력들 가운데 하나다. 심포지엄에서는 스마트공장의 구축 및 확산에서 표준의 중요성과 구축 방법이 논의되었으며, 관련 주체별 표준화 전략 공유가 이뤄졌다. 이날 산업기술평가관리원 이규택 PD는 “디바이스단(하), 플랫폼단(중), 애플리케이션단(상)의 복잡한 연결을 단순하게 묶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이 바로 표준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표준협회 백종현 책임은 “제조 공정의 다양한 주체 사이에 호환성이 확보되고 표준화된 설비가 사용되어야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구동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표준화는 스마트공장을 구축 및 운용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한국생산성본부가 스마트공장팀을 구성해 표준화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고 스마트공장 구축 방안을 제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민관합동 스마트공장추진단의 발표에 따르면 2015년까지 1,240개의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해 생산성을 25% 가량 향상시켰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스마트공장 구축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29.2% 가량의 원가를 절감할 수 있었으며, 불량률 역시 27.6% 감소시켰다. 또 적정 수준의 품질을 확보하면서도 시제품 제작 기간을 줄일 수 있어 유연한 생산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후 스마트공장 보급 및 지원 사업은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 2016년 8월 말 기준 스마트공장이 구축된 기업은 2,045개사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 스마트공장 대부분은 기초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위 그래프를 살펴보면 2015년을 기준으로 고급 수준의 스마트공장이 구현된 곳은 한 군데도 없음을 알 수 있다.

좁은 시각으로 4차 산업혁명을 바라보는 경향은 제조업 혁신을 가로막는 걸림돌 중 하나다. 아직 적지 않은 사람들이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공장을 이음동의어 정도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공장은 어디까지나 4차 산업혁명을 위한 핵심 과제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또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포켓몬Go 등으로 인공지능과 AR(증강현실)이 대중의 관심을 모으면서 인공지능과 AR, 빅데이터 등 가운데 한두 가지만 갖추면 4차 산업혁명이 실현되는 것처럼 오해를 사기도 한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립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차 산업혁명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해 6월에는 ‘국회 제4차산업혁명포럼’이 창립되어 많은 관심을 모았다. 국회 제4차산업혁명포럼은 ICT 산업 활성화, 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제도 개선, 기초·응용과학분야 R&D 혁신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이를 여야 공동으로 입법 및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발족한 연구 모임이다. 지난 12월 6일에는 ‘스마트 신인류가 이끄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2016년 6월 개최된 ‘국회 제4차산업혁명포럼’ 창립 총회. 이 포럼은 새누리당 송희경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 국민의당 신용현 의원이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또 민관합동 스마트공장추진단은 2020년까지 1만 개의 스마트공장을 구축하기 위해 2017년에도 스마트공장 구축 비용을 보조하는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을 제시했으며, 교육 현장에서는 융·복합 및 소프트웨어 교육 관련 커리큘럼을 신설하는 등 대처에 들어갔다. 그렇다면 일찌감치 4차 산업혁명 에 대응하고 나선 기업들은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었을까.

About 송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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